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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법정 공휴일은 14일인데 그 중 특이한 것은 쇼와의 날과 천황 탄생일이다. 1926~1989년에 이르는 쇼와 시기에 일본은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망했고, 폐허가 되었지만 다시 일어섰다. 그런 시기를 기념하고 자신들의 내일을 생각하는 날이 쇼와의 날이라고 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현 일본 천황의 탄생을 기념하는 12월 23일 천황 탄생일인데 마치 고대 국가의 유습을 보는 듯하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녹색의 날, 바다의 날, 경로의 날이다. 녹색과 바다는 자연과 환경을 중요시하는 것 일 테고, 경로의 날은 노인을 공경하자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0월 2일이 노인의 날이지만 일본처럼 공휴일은 아니다. 우리가 일본인들보다 노인을 덜 공경하는 것이 아닌데 이 사실을 어르신들께서 아시면 몹시 삐치실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어린이날은 우리도 일본도 5월 5일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도 14일이다. 왠지 일본보다 적을 것 같았는데 숫자상으로는 일본과 같다. 하지만 놀라운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그걸로 끝이다. “아이 왜 일요일하고 겹쳤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람에 따라서는 재수 없다거나 열 받는다거나 하는 수식어를 과감히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대체 공휴일 제도에 따라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월요일에 쉰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는 것을 털끝만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11월 3일 문화의 날이다. 평화와 문화를 중시한다는 선언에 따라 공휴일로 하였다. 우리나라도 문화 예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하여 해마다 10월 셋째 토요일을 문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지만 공휴일이 아니어서 문화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기에 2% 부족하다. “아니 우리가 문화에서 일본보다 못할 게 뭐 있어?”하고 벌컥 화를 내시는 분도 있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의 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문화의 날은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그 어디에도 없는 게 우리의 한글날이다. 문명과 문화의 ‘문’은 글자를 뜻한다. 한글은 우리 문명과 문화의 바탕이다. 따라서 국가도 10월 9일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5대 국경일 중 한글날만 공휴일이 아니다. 이건 명백한 차별이다. 남녀 차별, 인종 차별, 지역 차별, 외모 차별 등등 차별 치고 나쁘지 않은 것이 없다. 국경일 차별도 마찬가지다.
본디 한글날은 1946년부터 공휴일이었는데 1991년에 노는 날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그로 인해 한글날은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 어려웠다. 평일에 진행되는 기념식에는 소수의 관계자들만이 참석할 수 있었고, 세종과 한글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했고 어른들은 일터로 나가야 했다. 왜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냐는 국민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다행스럽게도 2006년 국경일로 지정되었으나 휴일이 아닌 것은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었고 국경일 차별의 문제를 낳았다.
올해는 한글날이 일요일이어서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이 가볍다. 일요일이므로 많은 이들이 한글날 잔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한글을 기리고 즐기고 한글과 우리의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한글날은 평일인 화요일이다. 다시 썰렁한 한글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글날을 온 국민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려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여전히 노는 날이 많아서 곤란하다는 이들이 있다면 평소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서라도 쓰겠다. 2011년 중국의 공휴일은 29일이다. 정말이지 하루 더 놀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 이 글은 공감코리아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