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외래어는 괄호 속으로

봄뫼 2012. 12. 29. 23:57

언제부턴가 에스엔에스와 친해졌다. ‘에스엔에스’가 뭘까 의아해하는 분들이 계실까? 다시 말해 SNS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친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럼 처음부터 SNS라고 쓰지 왜 ‘에스엔에스’라고 썼을까? 글쓴이는 로마자로 쓰는 것보다는 한글로 쓰는 걸 좋아한다. 한글로 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기자가 그랬다. “여기는 어느 나라 거리입니까? 눈을 씻고 봐도 한글 간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그랬다. 기자의 등 뒤로 보이는 것은 온통 영어 간판이었다. SK, SKT, KTF, Family Mart, KT&G, STARBUCKS 등등 하나하나 언급하기 숨찰 정도였다.

 

만일 로마자를 읽지 못하는 분이 저런 간판이 걸린 거리를 걷는다면, 그분에게 그 길은 미로와 다름없을 것이다. 그때 한글로 ‘에스케이, 에스케이티, 케이티에프, 패밀리마트, 케이티엔지, 스타벅스’라고 적으면 그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잡지사에 원고를 보낸다. ‘시디, 디브이디, 알엔디’라고 써서 보내도 잡지에는 ‘CD, DVD, R&D’라고 고쳐져 나온다. 왜 원고를 마음대로 고쳤느냐고 항의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한글로 ‘시디, 디브이디, 아르엔디’라고 쓰면 왜 안 되는 걸까? 뭐가 불편한 걸까? 우리에게는 한글이 제일 쓰기 쉽고 제일 편한 글자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반대인 것 같아 불편하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사실 이 원고의 첫머리는 “누리소통망하고 친해졌다”라고 쓰고 싶었다. 그랬지만 어리둥절해하실 독자들을 생각해 ‘SNS’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쓴 것이다. 그것도 낯설어하실 것 같아서 설명이 구구해졌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그렇게 쓰고 싶다. 왜냐하면 일상어의 한글 전용과 우리말 살려 쓰기를 실천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살려 쓰는 것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해도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것이다. 우리말에 그 외국어에 해당하는 적절한 말이 없으면 만들어 쓰는 거다.

 

대표적인 것으로 동아리와 새내기가 있고, 비교적 최근 것으로 누리꾼과 댓글이 있다. 이마저 없었다면 외래어의 범람으로 인한 우리말의 위축은 한층 더 심각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작업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냥 외래어를 쓰는 게 더 편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이야 편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사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줏대가 좀 없지 않나?

 

오늘 우연히 누리그물에서 ‘자기가치개발족’을 발견했다. ‘예티족(Yettie族)’을 우리말로 다듬은 것이다. 우리말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분들의 ‘피와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그런데 현재 상태라면 예티족 대신 자기가치개발족이 쓰일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그래서 글쓴이는 제안한다. 자기가치개발족이 널리 알려질 때까지 신문, 잡지, 누리소통망에 글을 쓸 때 ‘자기가치개발족(예티족)’처럼 괄호넣기를 활용하자는 거다.

“사무실에서 포장판매(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누리잡지(웹진)에서 늑장졸업족(엔지족)에 관한 글을 읽었다. 엔지족이 ‘NoGraduation族’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고 보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공인자격(스펙)을 쌓느라고 졸업을 미룬다.”

 

자, 어떤가?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앞선사용자(얼리어답터)들께서 이런 것도 먼저 한번 해보시고 귀한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

 

-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실렸습니다.

http://www.korea.kr/gonggam/newsView.do?newsId=01H5VPuuoDGJM000§Id=gg_sec_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