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숭실대 특강을 마치고...

봄뫼 2017. 4. 9. 12:12

   신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게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학생들께서 모두 열심히 들어주셔서 모처럼 힘주어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기탄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이렇게 서면으로 대답을 하고자 합니다.

고고학(考古學) 같은 낱말은 한자를 보면 어떤 것을 공부하는 학문인지 짐작이 갑니다. 한자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이런 어휘를 예로 주장하는 거지요.

   ?한자 신기루?에는 미분(微分)과 적분(積分)을 예로 들어, 한자를 봐도 미분이나 적분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와 나누다, 구별하다는 뜻을 가진 만으로 어떤 함수의 미분 계수를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밖에도 많은 낱말을 예로 들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낱말까지 들지 않아도 이런 것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동양(東洋)이나 서양(西洋)이라는 낱말은 한자만 보면 동쪽 바다’, ‘서쪽 바다일 뿐입니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이라는 낱말의 의미는 바다뿐만이 아닌 더 넓은 지역을 포함합니다. 동양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부 지역을 뜻하고, 서양은 유럽과 남북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통틀어 이릅니다.

   ‘방송(放送)’놓을 방, 보낼 송이어서 역시 글자만 보고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따위를 통하여 널리 듣고 볼 수 있도록 음성이나 영상을 전파로 내보내는 일.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유선(有線)으로 행하는 것을 포함하기도 한다.”는 방송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쓰는 문화(文化), 문명(文明), 자유(自由) 등등 이런 낱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자로 적으면 뜻을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한 예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예도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한자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국어에 한자 어휘가 70%가 된다는 주장도 합니다만, 잘 쓰지 않는 말들을 빼면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로 바쁘시고 번거로우시겠지만,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정재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