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행복하면 돼지?

봄뫼 2020. 4. 28. 10:29

  '돼지 멱따는 소리''되지 멱따는 소리'라고 쓰는 분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를 써야 할지 ''를 써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됄 대로 되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20104월 한글문화연대에서 비매품으로 출판한 책 ?알고 보니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래?에서 ''''의 구분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라는 낱말은 없다. 그런데 왜 '됐지만'일까? '되다'라는 말에 '/'을 붙여 '되어/되었'인데, 이를 줄이면 '/'으로 바뀌는 것이다... 돼지해가 되면 광고에서 장난삼아 "행복해도 돼지?' 따위 말들이 나와 이 혼란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광고에서 사용하는 '행복해도 돼지?' 때문에 '돼지'를 올바른 표기로 착각하게 된다는 거지요. 2020년은 쥐해여서 어디선가 '행복해도 되쥐?'라는 표기도 보았던 것 같습니다만, 이 정도를 헷갈리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돈이 되는, 돈이 되고, 돈이 되며'로 쓰는 '되다'는 뒤에 '-, -'이 붙을 때 변한다. 한글맞춤법에서는 '' 뒤에 '-, -'이 어울려 ', ᅟᅫᆻ'으로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고 나와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되어, 되어서, 되어야, 되었다'가 준 말은 ', 돼서, 됐다'와 같이 적는다. 따라서 '1년 되었지만''1년 됐지만'으로, '10년 된 듯한'은 그대로 적는 것이다.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어요."에서 '되어요'가 줄면 '돼요'로 적고, 이를 예사말로 바꾸면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돼"라고 적는다.

 

   이 정도면 왜 됐지만, 됐다로 적는지 파악하셨을 겁니다. 따라서 '나도 어른이 되어서''나도 어른이 돼서', '의사가 되어서 코로나 같은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해라''의사가 돼서 코로나 같은 질병으로부터'라고 쓰면 되고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더니 철수는 정말로 소도둑이 되었다.‘라는 문장은 철수는 정말로 소도둑 됐다.‘라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헷갈리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말을 옮길 때와 자기 말을 할 때는 약간 차이가 있어 헷갈린다. 내가 말을 하면서 "착한 사람이 돼라'고 할 때는 '되어라'의 준말로 '돼라'는 명령형을 쓰지만, "착한 사람이 되라는 어머니 말씀을 잊지 않았어.'라고 할 때는 ''에 명령을 나타내는 어미 '-()' 결합된 것이므로 '돼라'라고 적지 않는다.

''인지 ''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에는 그 말을 '되어'로 대치할 수 있는가 살펴보면 된다. '되어라'로 바꿀 수 있으면 ''로 써야 한다.

 

   이 글의 제목은 '1년 됐지만 10년 된 듯한 친구 -'''' 구분하기입니다. '됐지만''되었지만'이 준 말이어서 '됐지만'이라고 썼습니다. '됬지만'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보기에도 뭔가 허전하지요? 마찬가지로 '된 듯한''됀 듯한'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되언'이 줄어 ''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당부하셨습니다. "난사람도 좋고 든 사람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된 사람이 되어라."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난사람도 좋고 든 사람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된 사람이 되라."고 늘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 말씀을 받들어 된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를 잘 구분해 쓰려면 든 사람도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 오늘은 덤이 하나 있습니다.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잘난 사람이란 뜻의 난사람사람이 만나 하나의 낱말이 된 말로 당당히 사전에 올라 있어 난사람이라 붙여 씁니다. 하지만 든 사람된 사람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으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사전이 난사람만 한 낱말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이 난사람만 인정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20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