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할려고? 하려고?

봄뫼 2020. 5. 14. 19:16

  햇살은 따사롭고 산들바람은 상쾌합니다. 코로나만 아니면 클럽만 빼고 산이든 공원이든 어디든 쏘다니고 싶습니다. '내일 산에 갈려고 하는데 같이 갈까?' ‘맛있는 거 먹을려고 하는데 같이 갈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만, '갈려고', ‘먹을려고가 아니고 '가려고', ‘먹으려고입니다. '지금부터 만화책 볼려고.'라는 문장에서도 '보려고'라고 써야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모든 나라가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할려고한 게 3년이 넘었다.

인용문의 할려고하려고로 써야 하는데요.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는 ∼ㄹ려고가 아니고 려고, 으려고입니다. 동사의 어간에 받침이 없을 때는 려고, 어간에 을 제외한 받침이 있을 때는 으려고를 붙여서 행동할 의도를 나타내지요. ‘가다가려고, ‘먹다먹으려고로 활용해야 합니다.

- 문화일보, <우리 말글 이야기>할려고하려고먹을려고먹으려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270185

 

   인용문은 내용상 언론 보도에서 나온 것 같은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기자도 실수를 하는군요. 하지만 ‘-려고’ ‘-으려고의 설명을 읽어 보니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의 구분은 어려워서 헷갈린다지만, 이건 어렵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자주 틀리는 걸까요?

 

그러나 만들다, 매달다처럼 동사 어간(만들, 매달)에 이미 이 있으면 만들려고, 매달려고처럼 활용되지요. 이런 동사의 활용에 익숙해져 어간에 이 없는 단어를 사용할 때도 습관적으로 먹을려고, 잘려고같은 형태로 잘못 쓰게 됩니다.

 

   '만들다'와 같이 어간 받침이 인 경우에는 이 살아 '만들려고'가 됩니다. '매달려고', '울려고', '붙들려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이 들어가는 소리가 바이러스처럼 퍼져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 '않을려면'이 아닙니다. - 평소 '가려고', '울려고' 등등 정확히 발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배가 고픈지 아기가 울려고 .

, 그래서 젖을 먹이려고.

 

20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