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사롭고 산들바람은 상쾌합니다. 코로나만 아니면 클럽만 빼고 산이든 공원이든 어디든 쏘다니고 싶습니다. '내일 산에 갈려고 하는데 같이 갈까?' ‘맛있는 거 먹을려고 하는데 같이 갈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만, '갈려고', ‘먹을려고’가 아니고 '가려고', ‘먹으려고’입니다. '지금부터 만화책 볼려고.'라는 문장에서도 '보려고'라고 써야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모든 나라가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할려고’ 한 게 3년이 넘었다.
인용문의 ‘할려고’는 ‘하려고’로 써야 하는데요.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는 ‘∼ㄹ려고’가 아니고 ‘∼려고, ∼으려고’입니다. 동사의 어간에 받침이 없을 때는 ‘∼려고’를, 어간에 ‘ㄹ’을 제외한 받침이 있을 때는 ‘∼으려고’를 붙여서 행동할 의도를 나타내지요. ‘가다’는 ‘가려고’로, ‘먹다’는 ‘먹으려고’로 활용해야 합니다.
- 문화일보, <우리 말글 이야기>할려고→하려고… 먹을려고→먹으려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270185
인용문은 내용상 언론 보도에서 나온 것 같은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기자도 실수를 하는군요. 하지만 ‘-려고’ ‘-으려고’의 설명을 읽어 보니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와 ‘히’의 구분은 어려워서 헷갈린다지만, 이건 어렵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자주 틀리는 걸까요?
그러나 ‘만들다, 매달다’처럼 동사 어간(만들, 매달)에 이미 ‘ㄹ’이 있으면 ‘만들려고, 매달려고’처럼 활용되지요. 이런 동사의 활용에 익숙해져 어간에 ‘ㄹ’이 없는 단어를 사용할 때도 습관적으로 ‘먹을려고, 잘려고’ 같은 형태로 잘못 쓰게 됩니다.
'만들다'와 같이 어간 받침이 ㄹ인 경우에는 ㄹ이 살아 '만들려고'가 됩니다. '매달려고', '울려고', '붙들려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ㄹ이 들어가는 소리가 바이러스처럼 퍼져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 '않을려면'이 아닙니다. - 평소 '가려고', '울려고' 등등 정확히 발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배가 고픈지 아기가 울려고 해.
응, 그래서 젖을 먹이려고.
2020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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