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좋은 하루 되세요.

봄뫼 2020. 7. 15. 22:57

  대화를 하던 상대와 이야기를 마칠 때나, 누군가와 헤어질 때,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을 예사로 합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인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과연 얘기를 나누던 '상대'나 함께 있던 '누군가'가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을까요? 배우 손예진에 관한 기사에도 '좋은 하루 되세요.'가 등장했습니다.

 

손예진은 23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해브 어 굳 데이(Have a good day·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스타일링을 받고 있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

- "방부제를 먹었나"손예진의 청순 깜찍 동안 미모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2408172956156&outlink=1&ref=https%3A%2F%2Fsearch.daum.net

 

  '해브 어 굿 데이'는 영어를 한글로 적은 것입니다. 손예진이 괄호 안에 'have a good day,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적은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아마도 기사를 작성하면서 혹시 모르는 독자가 있을까 봐 친절하게 번역을 붙인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은 자신의 글을 읽을 팬이나 독자들에게 한 말이겠지요. 문제는 손예진이 아무리 팬이나 독자에게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아우성을 치고 고함을 쳐도 그 누구도 좋은 하루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네이버 지식IN에서 왜 될 수 없는지에 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발견했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다'라는 말을 생각해 봅시다. 이 문장을 명령문으로 바꾸면 '착한 사람이 되어라'가 되죠. 이것을 높임말로 바꾸면 '착한 사람이 되세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말하는 이가 듣는 사람에게 '너는 착한 사람이 되어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하루 되세요''좋은 하루가 되다'를 명령문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러면 이 경우는 누구에게 '좋은 하루'가 되라고 요구하는 걸까요? 듣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면 '너는 좋은 하루가 되어라'라는 뜻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착한 사람'은 될 수 있겠지만 내가 '좋은 하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죠.

https://m.kin.naver.com/mobile/qna/detail.nhn?d1id=11&dirId=110801&docId=61938477&qb=7ZWY66OoIOuQmOyEuOyalA==&enc=utf8§ion=kin.ext&rank=15&search_sort=0&spq=0

 

답변을 단 분의 소개를 보니, 활동명은 달신인데, 프랑스어, 국어 어원, 어휘, 번역, 통역 등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아 언어에 조예가 아주 깊은 분인 것 같습니다. 달신 님의 답변처럼 누구나 착한 사람도 멋진 사람도 예쁜 사람도 될 수 있지만, 결코 '좋은 하루'는 될 수 없습니다. 되라고 하는 대상을 브라보콘이나 오징어땅콩으로 바꾸면 더욱 확연해집니다. ‘브라보콘이 되세요.’, ‘오징어땅콩이 되세요.’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사람이 브라보콘이나 오징어땅콩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절대로 좋은 하루도 될 수 없습니다.

 

'되다'는 앞에 오는 말에 따라 명령형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어색한 경우도 있는데, '좋은 하루 되세요'는 앞에서 봤듯이 어색하므로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오' 등으로 쓰는 게 좋고 꼭 '되다'를 쓰고 싶다면 '오늘이 (당신에게)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처럼 기원하는 형태로 말해야 합니다.

 

  친절한 설명처럼 올바른 표현은 '좋은 하루 보내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정도가 될 겁니다. 문제는 문법적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쓰는데, 그러면 그게 맞는 거 아니냐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들 말이 '미안하다'는 말이라고 합니다만,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라고 해야 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속담을 되새기는 이유는 힘드니 포기하자가 아니고 힘들어도 고치자는 뜻일 겁니다. 살면서 되도록 이런저런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 나쁜 습관은 고치거나 버리는 게 맞을 겁니다. 언어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언어 습관은 고치고 좋은 언어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또한 '건강하세요''행복하세요'라는 말도 잘못된 표현으로 그 이유는 형용사인 '건강하다', '행복하다'에 명령형 어미인 '~하세요'를 붙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행복하세요'가 맞다면 '착하세요'라는 말도 맞게 되는 이치이기 때문에 확실히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건강하다''행복하다'가 형용사이므로 명령형 어미를 붙여 말할 수 없는 거지요. 달신 님께서 '착하세요'라는 말을 쓸 수 없지 않느냐며, 이미 정곡을 찔렀듯이 '건강하게 지내세요.', '행복하게 사세요' 등으로 말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훌륭해라라고 당부하지는 않으시겠지요?

 

훌륭하게 살아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20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