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실게요’는 그만!

봄뫼 2020. 7. 18. 00:28

  정확한 시기를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도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 허리가 아파 동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는데요, 간호사께서 아주 친절하게 그러나 뭔가 좀 야릇하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쪽으로 누우실게요.

?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돌아누우실게요.

?

바지를 좀 내리실게요.

?

이제 일어나실게요.

?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하고, 고분고분 침도 맞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이상했습니다. '다음 분 들어오실게요.', '내일 다시 오실게요.' 이렇게 '~실게요'라는 표현이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어가 되면서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먼저 이런 말이 퍼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추측이지만, 직원들에게 경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다가 이런 사달이 난 것 같은데, 친절하고 정중하게 경어를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육이 잘못된 것이지요.

 

‘-곧 연락할게” “먼저 갈게처럼 어떤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1인칭 주어와 호응한다. 여기에 청자 존대의 의미를 나타내는 ‘-를 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의 행위에 대해 ‘--’를 넣어 높일 수는 없으므로 ‘-는 높임의 ‘--’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 [똑똑 우리말] “사진 찍고 가실게요”/오명숙 어문부장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21029009&wlog_tag3=daum

 

  설명처럼 게요는 자신의 의지를 나타낼 때 쓰는 말입니다. ‘바지 내릴게요.’, '곧 청소할게요.', '공부할게요.', ‘이번에는 제가 노래 한 곡 할게요.'는 가능합니다만, ’게요를 붙일 수 없으므로, '이거 드실게요.', '일어서실게요.' 등은 불가능합니다. '이거 드세요.', '일어서세요.'라고 하면 충분합니다. 아시다시피 예전에는 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고객을 친절하게 모시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방법도 올발라야 합니다.

 

20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