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20년 8월 26일자에 "경찰이 세브란스 급습"..경찰 '가짜뉴스' 쫓는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대한의사협회 파업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서대문경찰서가 세브란스병원을 급습했다는 겁니다.
게시된 사진을 보니, 가짜뉴스가 카카오톡을 통해 광범위하게 뿌려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짜뉴스이고, 사실이 아닙니다.
서대문경찰서는 "일부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의료계 파업 관련, 서대문경찰서에서 세브란스병원을 급습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26일 밝혔다.
https://news.v.daum.net/v/20200826142826488
밝혔을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러잖아도 사회가 혼란스러운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뉴스를 퍼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사회가 혼란해지기를 바라는 자들이니까, 당연히 이런 짓을 하는 거겠지요. 8.15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집단감염 확산으로 국민들은 공포를 느끼고, 방역당국은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짜뉴스도 있었네요.
한편 이날 오전에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단행한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물론 가짜뉴스입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종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은 발생 추이를 보면서 3단계 격상 여부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3단계 발령과 관련된 부분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지금 상황을 보면 정부가 3단계 격상을 검토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결정된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려 민심을 교란시키는 것은 어떤 목적 때문일까요? 아, 역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혼란에 빠지길 바라는 자들의 소행이겠지요.
그런데 제목에서는 ‘가짜 뉴스’라고 했는데, 본문에서 느닷없이 ‘지라시’가 등장했습니다. 보통은 ‘찌라시’라고 하는데, 왜 ‘지라시’라고 했을까요? 기사를 작성하면서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법상 첫음절에 ‘ㅉ’을 쓸 수 없으므로, ‘지라시’라고 쓴 듯합니다. 어문규정을 준수하는 자세를 칭찬해야 할까요? 물론 칭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찌라시’든 ‘지라시’든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요?
‘찌라시가 돌았다’라든가, ‘찌라시 봤어?’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기는 합니다만, 이 말 역시 일본어잔재입니다.
散らし
動詞「ちらす」の連用形から》
1 広告・宣伝のために配る印刷物。多くは一枚刷りで、新聞に折り込んで配る。散らし広告。「大売り出しの散らし」
치라시
동사 치라스에서 나온 말
1 광고ㆍ선전을 위해 배포하는 인쇄물. 대부분 1장짜리 인쇄물로 신문에 끼워 넣어 배포한다. 전단광고.
https://kotobank.jp/word/%E6%95%A3%E3%82%89%E3%81%97-569643
일본어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본디 발음이 ‘치라시’인 이 말은 우리말로는 ‘전단’에 해당합니다. 다음백과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유래가 일본어라는 것도 밝히고 있습니다.
찌라시는 ‘뿌리는 것’이란 뜻으로 흔히 증권가 정보지를 세칭 그렇게 부르는데, 일본말 ‘지라시(뿌리다)’에서 유래했다. 찌라시에 나오는 정보는 언론사는 물론 정보기관, 경찰 정보팀, 기업 정보팀 등의 정보가 정보시장에서 서로 교환되면서 흘러다니는 경우가 많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8XXXXXX2601
일본어는 무조건 쓰지 마!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어잔재는 일제강점기 일제가 조선어를 탄압하면서 사용을 강제한 말입니다. 일제하에서 한글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지키신 최현배 선생께서는 우리말을 깨끗하게 쓰자고 하면서 일본어부터 솎아내자고 했습니다.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전단’이라는 우리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냥 ‘전단’이라고 했을 때, ‘찌라시’라는 말을 쓸 때의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악성루머’라는 말처럼 ‘악성전단’ 정도로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는다고요? 그래도 ‘찌라시’나 ‘지라시’를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2020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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