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맞춤법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기존에 ‘있읍니다’라고 하던 것을 ‘있습니다’로 한 것입니다. ‘갔읍니다’, ‘했읍니다’ 등도 모두 ‘갔습니다’, ‘했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1988년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 가운데에 아직도 ‘-읍니다’를 쓰는 이들이 많습니다.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습니다만, 교과서, 신문, 각종 도서, 방송 자막에 이르기까지 ‘-습니다’를 쓰는 현실을 고려할 때, 32년이 지난 오늘까지 ‘-읍니다’를 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하면 당연히 ‘있음’이라고 써야 하는데, ‘있슴’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있습니다’라고 쓰다 보니, 줄여서 ‘있슴’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있다’의 명사형은 ‘명사형 어미 ’ㅁ‘을 붙여서 ’있음‘이라고 해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있음’의 ‘-음’은 ‘있습니다’의 ‘-습-’과 전혀 별개의 형태소라는 것이다. 명사형 어미 ‘-ㅁ’은 ‘있음’ ‘먹었음’ 등처럼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형태소인데, 자음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매개 모음 ‘-으-’를 넣어 ‘-음’으로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있슴’ ‘먹었슴’이 아니라 ‘있음’ ‘먹었음’으로 적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있슴’이 아니라 ‘있음’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7830735
따라서 ‘있음’은 ‘있다’의 명사형으로 ‘있습니다’의 ‘습니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위 사진은 출처와 시기를 알기 어렵습니다만, 과거에는 신문이나 잡지에 애인을 구한다는 광고도 했나 봅니다. 채용 인원은 1명이고, 직급은 자기, 업무는 사랑하기, 정년은 '없슴'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래는 2018년 11월 28일자 노컷뉴스 '다음달부터 회사가 단체로 든 실손보험과 내 실손보험 연계 가능해진다'는 기사입니다.
단체실손에서 개인실손으로 전환하는 경우, 동일한 보장내용일지라도 위험률 산출 대상이 변경되어 보험료가 변동될 수 있슴.
https://www.nocutnews.co.kr/news/5067652
놀랍게도 마지막에 ‘있슴’이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보험사와 가입자가 숙지해야 하는 중요한 계약에 관한 문구에 ‘있슴’이 적힌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고, ‘습니다’를 줄인 것이니, 당연히 ‘있슴’이 맞지 않나 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있읍니다, 있습니다, 있슴, 있음 등이 헷갈릴 소지는 충분합니다만, 그래도 32년이 지나도록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2020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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