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길어질 때,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장마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면 '지루한'으로는 좀 부족한 듯해 '지리한'을 쓰기도 합니다.
지리한 장마로 인해 마음마저 눅눅해진다.
그런데 이때 쓴 '지리하다'는 표준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리하다’를 찾아보면 ‘지루하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다. 1988년 한글 맞춤법 개정에 따라 ‘지리하다’가 비표준어가 된 것이다.
서울신문 [똑똑 우리말] 지리하다와 지루하다/오명숙 어문부장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200903029010
1988년 이전까지는 표준말이었는데, 당시 맞춤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쓰던 '지루하다'가 '지리하다'를 밀어내고 표준말이 된 겁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쓰던 '상치'가 '상추'가 되는 것을 목격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어떤 분은 사람들이 '상추'를 먹을 때, 자신은 학교에서 가르쳐 준 대로 '상치'라고 써왔는데, 갑자기 바뀌어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오명숙 부장님은 ‘미싯가루’도 ‘미숫가루’로 바뀌었다고 썼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에 ‘미싯가루’를 무척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 가운데 아직도 '갔읍니다'라고 '읍니다'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1988년 이전까지 '읍니다'를 썼는데, 이때 ‘습니다’로 바꾸었습니다. 벌써 33년 전 일인데요, 그때 딱 한 번 바뀐 건데요, 아직도 '읍니다'를 쓰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 부장님은 ‘지루하다’가 ‘따분하고 싫증나다’란 의미에 방점이 찍힌 데 반해 ‘지리하다’는 ‘오래 끈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점에서 둘 다 표준어로 삼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으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이제라도 수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대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들든 아니든 국립국어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지루하다’를 살리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해 줄 것을 건의합니다.
글이 지루하다.
코로나와의 ‘지리한 싸움이 비로소 끝났다.
2020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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