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드립이라는 게 있습니다. 드립 하면 먼저 커피를 떠울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드립커피 얘기가 아니고, 개드립이나 막장드립 같은 말입니다. 말을 잘했을 때, '드립 죽인다'는 표현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럼 먼저 드립은 매체 무슨 말일까요?
‘드립’은 ‘애드립(ad lib, 정확한 외래어표기는 ‘애드리브’)’에서 온 말이다. ‘애드립’은 원래 방송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이 ‘애드립’을 줄인 말이 ‘드립’으로, 인터넷에서 일종의 은어(隱語)로 쓰이고 있다. 주로 부정적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가리킨다.
- [우리말 바루기] 드립 치지 맙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45452
배상복 기자님의 지적처럼 과거에는 방송에서나 쓰던 말이었습니다만, 방송이 대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드립의 유행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걱정스러운 것은 이 드립이 아무 데나 가서 붙어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드립’은 ‘○드립’ 형태로 수많은 말을 만들어 낸다. ‘개드립’ ‘막장드립’ ‘패드립’에서 ‘뻥드립’ ‘섹드립’ ‘지랄드립’에 이르기까지 온갖 말이 붙는다. 황당한 말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두루 쓰인다. “개드립 치고 있네”처럼 다소 거친 어감의 ‘치다’와 어울려 쓰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드립’이 들어간 말은 부정적이거나 거칠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드립’은 점잖은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이런 식의 거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도 그렇습니다만, 배 기자님은 점잖은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우리 언어생활이 점잖지 못하다는 것, 곱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드립뿐만 아니라 까고 있네, 닥쳐, 빡쳐, 아가리 찢는다 등등. 과거에는 ‘언어는 인격이다’라는 말도 했습니다만, 어쩌면 말을 가지고 점잖고 그렇지 않고, 교양이 있고 없고, 인품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게 의미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2020년 12월 25일.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악새는 풀 이름인가? (0) | 2021.01.21 |
---|---|
20201225 한글상식 개드립 (0) | 2021.01.16 |
갱신과 경신의 차이 (0) | 2021.01.09 |
20201225 한글상식 갱신과 경신 (0) | 2021.01.09 |
안갚음과 앙갚음은 같은 말일까? (0) | 2021.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