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를 맞으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이 거리에 많이 걸렸는데요, 더러는 '방문을 자제해 주십시요.'라고 쓴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십시요’는 안 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장을 끝내는 종결어미는 ‘-요’가 아니라 ‘-오’이다. 하십시오체뿐 아니라 “도와주시오” 같은 하오체 문장도 마찬가지다.
- [똑똑 우리말] ‘주십시오’와 ‘주십시요’/오명숙 어문부장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210211029004
'주십시오'에서 '오'를 떼면 '주십시'가 되는데, 이러면 문장이 끝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도와주시오'라고 해야 하지만, '도와주세요.'도 가능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도와주세.'까지만 말해도 의미가 통하기 때문입니다.
저 친구 도와주세.
저 친구 도와주세요.
이처럼 '요'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씁니다. 그러니까 '요'가 없어도 말이 될 때는 ‘요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돈이 없어.
안 할래.
친구한테는 '돈이 없어.'라고 해도 됩니다만, 삼촌한테 '돈이 없어.'라고 하면 버르장머리 없는 조카가 되니까, 이럴 때 '요'를 붙이면 됩니다.
돈이 없어요.
안 할래요.
'요'가 여기서 끝나면 얼마나 간단하고 좋을까요? 늘 경험하시겠지만 우리말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요’는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열거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다. “이것은 말이요, 저것은 소다”처럼 사용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뭔가 연결하고 나열할 때, '요'를 쓰면 됩니다.
이것은 오이요, 저것은 배추요, 요것은 콩나물이요, 조것은 시금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내용만 더 볼까요?
‘-오’와 ‘-요’를 헷갈리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해요체다. 하십시오체와 하오체 자리에 두루 쓰이면서 혼란을 부른다. “말씀하세요”에서 ‘-세요’는 ‘-시어요’의 준말이다. ‘-시-’는 선어말어미고 ‘-어’는 종결어미다. 이들 어미 뒤에 붙은 ‘요’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말씀하셔요”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십시오”와는 구별해야 한다.
설명이 다소 난해합니다만, 앞서 살핀 것처럼, '요'를 떼도 말이 되면 '요'를 붙여도 되는 것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오'를 붙여야 합니다.
말씀하세요. - 말씀하세.
말씀하셔요. - 말씀하셔.
노세요. - 노세.
가세요. - 가세.
말씀하십시오. -> 말씀하십시.(X) -> 말씀하십시오.(O)
2021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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