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다’라는 말은 널려 있는 물건이나 하던 일 같은 것을 그만둔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만, 참으로 그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몇 가지 예문을 들어 보지요.
그녀가 깐 이부자리를 거두다.
그녀가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다.
그녀에 대한 걱정을 거두다.
그녀에게 보낸 군사를 거두다.
뜻이 미세하게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부자리든 웃음이든 군사든 ‘거두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말을 길게 쓸 때 발생합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집주인이 매물을 걷어들이거나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면서 거래가 감소세를 이어 왔다” 등과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벌여 놓거나 내놓은 것을 다시 들여놓는다는 의미로 ‘거둬들이다’ 또는 ‘걷어들이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걷어들이다’가 아니라 ‘거둬들이다’가 맞는 말이다.
- [우리말 바루기] 걷어들이다/ 거둬들이다
http://m.koreadaily.com/news/read.asp?page=1&branch=&source=&category=&art_id=9107004
‘걷어들이다’가 아니고, ‘거둬들이다’인데, 잘못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발음을 대충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거둬드리다]라고 해야 하는데, 대충 [거더드리다]라고 하는 거죠. ‘다 알아 듣는데, 발음은 대충 해도 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어 공부하면서 발음 정확히 하려고 죽도록 연습하면서 왜 우리말은 대충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둬들이다’는 ‘거두어들이다’의 준말이지만 ‘거두다’의 준말 ‘걷다’에 이끌려 ‘걷-+-어+들이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두어’를 줄인 표현인 ‘거둬’에 ‘들이다’를 붙인 형태인 ‘거둬들이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거두다’의 준말이 ‘걷다’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실수가 발생한다는 간데요, 그러면 ‘걷다’+‘들이다’를 줄여서 ‘걷어들이다’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거두다/거둬’+‘들이다’의 조합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2021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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