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학교에 사직서를 내다

봄뫼 2022. 6. 23. 17:18

  지난 6월 6일 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2013년 학위를 받고, 강의를 시작한 지 꼭 10년만이다. 2년은 강사 신분이었고, 8년은 초빙교수였다.

  처음 강의를 맡았던 때의 기쁨과 설렘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강의 노트를 준비하고, 관련 자료를 반복해 읽으며, 한 주를 보내고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어떤 때는 카메라 앞에 설 때보다 더 긴장하기도 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학기가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채워가며 왔다.

  지난 학기 들어서면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끝없이 공부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도 얻고, 전 학기에 몰랐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깨달음도 반복된다. 좀더 강의를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강의 준비에 쏟다 보니, 정작 더 깊이 공부해야 할 한글 역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부족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함께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조금은 자유롭게 살면서 한글 문제를 좀더 깊이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 10년 가르치며 많이 배웠고, 보람도 컸지만,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다. 건강이 좀 문제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차근차근 해나가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