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보는 순간 마음의 파동을 느꼈다는 말은 첫 눈에 반했다는 말과 같은 의미일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심리적 충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날이 험악해져가는 쇠고기 파동에서 파동은 결코 미국산 쇠고기에 반했다는 말이 아니다.
파동이란 말은 여러가지 뜻을 지녔다. 물결의 움직임, 사회적으로 어떤 현상이 퍼져 커다란 영향을 미침,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 주기적인 변화, 공간의 한 점에 생긴 물리적인 상태의 변화가 차츰 둘레에 퍼져가는 현상, 수면에 생기는 파문이나 음파, 빛 따위 등등 사전적인 뜻만 해도 대여섯 가지에 이르니, 어떤 이는 뭐가 그리 복잡하냐며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말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다는 노랫말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중인간 아니 삼중사중, 첩첩산중과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같은 '속'이 들어가더라도 속을 알 수 없다는 말과 속이 깊다는 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인간 속성에 비한다면 동음이의어는 매우 단순하기까지 하다.
시비를 거는 것보다는 사려 깊게 우리말의 의미를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쇠고기에 들러붙은 '파동'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 어떤 현상을 뜻하는 말임을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친'이라는 말 역시 광우병 걸린 미친 소와 통하기도 하고 어떤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거 나 그것을 가한다는 뜻도 있으니, 그러고보면 미국산 미친 소(정확히는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소겠지만)가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틀림없는데, 국민이 뿔나고 물대포가 등장한 작금의 상황은 광우병 발병 이상으로 위험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눈은 서울시청 앞 광장과 청와대로 쏠려 있다. 글쓴이 역시 쇠고기 문제를 몹시 걱정한다. 그리고 글쓴이는 우리말글을 걱정한다. 영어의 거센 공세 속에 알게 모르게 고사돼 가고 있는 우리말글에도 촛불을 밝혀야 한다. 위태로운 한우도 국민 건강도 우리말글도 모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2008년 06월 07일 (토) 경인일보webmaster@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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