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입사지원서의 영어 점수란을 없애라!

봄뫼 2008. 10. 12. 16:55

 

  영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중등교육 과정을 마치면 영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할 겁니다. 고등교육 과정이라면 좀 더 높은 수준에 올라가야 할 겁니다. 현재 많은 대학이 3품제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품에 영어의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전공 불문하고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개 토익 550~650점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큽니다. 이른바 일류 회사에 들어가려면 토익 700점 혹은 750점 이상이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입사지원서에 영어점수를 적는 난이 있고 지원 자격에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류 회사라면 850점 이상은 돼야 합격 가능하다고들 합니다.

 

  취업준비생들은 모두 좋은 회사에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개개인의 특기나 적성, 전공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높은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입니다. 적재를 적소에 투입해야 한다는 일반 상식과도 어긋납니다. 영어 점수가 높아야만 인재라는 등식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영어 우선이고 영어를 절대 시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하기 어렵습니다. 국어나 수학 실력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영어 실력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적성이나 전공과도 관계가 있고 학습 동기에서도 차이는 발생합니다.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마지못해 하는 거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어 전공자라면 당연히 잘 해야겠지만 타 전공이라면 영어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로지 진학이나 취직을 위해서 영어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어에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면 자연히 다른 분야에는 소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 점수는 조금 올릴 수 있겠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질 겁니다.

 

  물론 전공이든 영어든 다 잘하면 좋지만 쉽지 않습니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어가 필수적인 학문을 전공하는 이들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공 지식 습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영어 때문에 전공 지식을 쌓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영어는 좀 할지 모르지만 전공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고 폭넓게 익혀야 할 상식이나 교양도 충분치 못합니다. 더러는 여러 가지를 다 잘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슈퍼맨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업에서 영어 인재만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닐 겁니다. 업무 상 영어가 필수인 기업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습니다. 기업 내에서라면 부서나 업무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써먹을 테니까 이왕이면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아두자는 계산일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이 너무나도 큽니다. 영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부서라면 영어 점수보다는 다른 사항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영어 점수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영어 점수가 1점만 모자라도 원서를 받지 않습니다. 전공 지식도 풍부하고 인성도 좋고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영어 점수가 1점만 모자라면 평가조차 하지 않습니다. 영어 때문에 일류회사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영어를 잘해야 인재라는 소리가 나오고 영어를 잘해야 출세한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이른바 영어지옥의 정점에 기업의 불합리한 채용 제도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겁니다.

 

  일본 역시 영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기업은 입사지원자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영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몇 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규정도 없고 영어 점수를 적는 난도 없습니다. 누구든지 지원서를 내고 종합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도 뽑힐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원자도 뽑힐 수 있습니다. 일본은 영어를 앞세워 기회를 박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입사지원서의 영어 점수란이 사라지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원자의 재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준다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고루 채용될 수 있습니다. 개인은 영어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고 저마다 꿈을 꾸고 성취할 수 있습니다(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배워야 합니다.). 다양한 재능을 지닌 인재들이 모인 기업은 더욱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일터가 될 것이고,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겁니다. 이것이 ‘입사지원서의영어점수란없애기운동’을 펼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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