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대형 사고!

봄뫼 2008. 11. 19. 22:55

  언젠가 경기도에 있는 ㅇㅇㅇ 교육원에 특강을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시작하려니 강의 자료로 준비해 간 사진 파일이 제대로 동작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알씨 프로그램을 썼었던 것 같은데 조작 미숙으로 사진 순서가 뒤죽박죽이 돼있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얘기를 흐름에 따라 조리있게 끌어가기가 어려웠다. 또 얘기에 맞는 사진을 찾기가 어려웠고, 찾을 때마다 시간이 많이 걸려 말이 자주 끊기곤 했다. 준비해 간 얘기를 원활하게 전달하기 어려웠다. 그때의 난감함과 곤혹스러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 자신도 물론 힘들었지만 그 자리에 참고 앉아서 얘기를 들어주시는 청중들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더 컸다.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시지는 않았나 해서 더욱 죄송했었다.

 

  그날 쓰라린 경험 이후로 프로그램을 좀 더 이해하고 조작 방법도 더 익혀서 그 후로는 큰 탈 없이 지내왔다. 어딜 가든지 큰 사고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뜻밖에 그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오후 1시 30분, 언제나처럼 국어문화학교 강의를 시작하려고 가방을 열었는데 메모리카드가 없었다. 강의에 필요한 문서, 사진 파일 등 자료가 사라진 것이었다. 가방을 밑바닥까지 뒤집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평소 이것저것 꼼꼼하게 잘 챙기는 편이고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더욱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고 용서하기 어려웠다. 아니 어떻게 강의 자료도 없이?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료 없이 얘기를 시작했다. 강의실에 있는 노트북이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이며 이 블로그에 있는 자료들을 몇 가지라도 활용해보려 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이라 그런지 속도가 느렸다. 필요한 페이지가 열리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어 봐서 그럭저럭 얘기를 이어나가긴 했지만 괴로웠다. 여하간 얘기를 이어가야 하는 나 자신도 괴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참고 앉아서 얘기를 들어주시는 청중들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더 컸다.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괴롭다. 무엇보다도 지루하게 툭툭 끊기는 얘기를 들어주신 청중들께 죄송하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게다가 나 때문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시지는 않았나 해서 더욱 죄송하다.

 

  아, 대형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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