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구청의 공무원이 “최근 조성한 OO공원이 저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랜드마크'가 뭘까? 궁금했다. 랜드마크를 몰라? 혹시 삼척동자도 아는 걸 나만 몰라서 궁금해 했을까? 아니면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를까!
언제부터인가 ‘랜드마크’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누리그물에서 검색을 해보니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란다. “행정 기관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덕분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식으로 쓴단다. 그런데 이 랜드마크가 신어 자료집에 실린 것은 2004년이다.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왜 이런 말을 쓰게 됐을까? 어떤 지역을 대표하는 표지라는 의미를 지닌 우리말은 없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그런 식의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도 없었던 것일 게다. 그런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랜드마크를 그대로 받아 썼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 때문에 우리말이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하는 걸 좋아해서 우리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다. 말로는 법과 질서를 잘 지키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곳에나 침 뱉고 담배꽁초 던지고 아무 곳에서나 고성방가하고 춤추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과 같다. 이런 언동은 위선이다.
언어생활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우리가 우리말을 사랑한다면 외래어 이전에 우리말을 써야 한다. 그런 뜻의 말이 없으면 새 말을 만들어 쓰면 된다. 인터넷이나 리플 대신에 누리꾼이나 댓글 같은 말을 널리 쓰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마루지’를 쓰자. “세종대왕 동상은 세종로의 마루지가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한글문화관이 건립되면 한국의 마루지가 될 것입니다.” 마루지가 너무 생소해서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걱정하지 말고 걱정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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