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팡과 빵, 참퐁과 짬뽕!

봄뫼 2009. 6. 24. 18:21

  빵은 포르투갈 말이란다. 포르투갈에서 쓰던 말이 우리나라에 건너왔다. 그런데 바로 건너온 게 아니고 일본을 거쳐온 듯하다. 일본 사람들은 빵을 '팡'이라고 발음한다. '팡' 비슷하게 발음한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이 '팡 팡' 하는 소리를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우리는 '빵'이라고 발음한다.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든 우리는 우리 식으로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뚜렷한 생각을 갖고 팡을 빵으로 의식적으로 바꿔 발음했을 것 같지는 않다. 속이 좀 쓰리지만 그렇다. 물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에 물 길러 갈 때 사용하던 빠께쓰도 그렇다. 지금은 양동이라고 쓰고 빠께쓰는 거의 쓰지 않지만 왕년에는 무지 많이 썼다. 이 빠께쓰도 영어 '버킷'을 일본 사람들이 '바케츠'라고 발음했다고 하던데, 우리는 이것 역시 '빠께쓰'라고 세게 발음했다.

 

  일본어에는 우리말처럼 된소리가 없다. 그들은 된소리를 내고 싶어도 안 된다. 그래서 팡이고 바케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빵이 되고 빠께쓰가 되었다. 짬뽕도 그렇다. 원래 중국에서 건너 간 국수였다고 하는데 일본 나가사키 사람들이 '참퐁'이라고 일본식으로 새롭게 이름을 붙였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참퐁이다. 그런데 이 참퐁도 우리나라에 와서는 어김없이 '짬뽕'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오면 ㅂ도 ㅃ이 되고 고 ㅍ도 ㅃ이 되고 ㅊ은 ㅉ이 된다. 버스나 가스도 우리나라에 와서는 뻐스와 까스가 되었다. 물론 우리가 소리 내고 싶은 대로 된소리도 내고 예삿소리도 내고 거친소리도 낼 수 있는 것은 우리말이 지닌 장점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된소리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에는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