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식 정책·알쏭달쏭 외국어 자제… 타인에 상처주는 막말·욕설 삼가야
[경인일보=]2010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방기곡경의 해가 가고 강구연월의 해가 왔다. 옳고 바른 길을 두고 샛길과 굽은 길을 택했던 묵은해가 가고 평화롭고 태평한 새 세상을 맞이했다.
하지만 강구연월은 아직 싹도 트지 않은 가녀린 희망일 뿐이다. 그래도 한 줌 희망과 기대로 새해를 맞이하고 '근하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담을 주고받는다. 수도권을 멈춰 세운 100년 만의 폭설도 '서설'이라 여기며 구두끈을 졸라맨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 번 금연과 금주를 결심해 본다. 해가 서쪽에서 떠도 음주 운전만큼은 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 시간은 어학 공부에 투자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살을 왕창 뺀다. 날마다 가계부를 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저금한다. 학교에 꼭 가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순종하고 친구와 다투지 않는다.
국민은 정치의 안정과 경기 회복을 바란다. 일방통행도, 말로만 법치도 싫다. 쌍방향 소통과 합의의 정치, 진짜 법치를 원한다. 경제가 좋아지고 물가가 안정되길 바란다. 월급쟁이들은 월급이 오르길 바라고, 청소년들은 용돈 인상,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바란다. 학부모는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이 내리길 바란다. 취업을 앞둔 이들은 신입사원 채용이 늘길 바라고, 결혼을 앞둔 이들은 전셋값이 내리길 바란다. 장사가 잘 되길 바라고 대출 이자가 내리길 바란다. 이 정도만 이루어져도 2010년은 살 만할 것이다.
어떤 소망은 이룰 수 없는 소망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꿈꾸는 것만큼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우리말글을 사랑하는 이들은 2010년이 우리말글 사랑 실천의 해가 되길 바란다. 정부와 공무원은 우리말글 사랑을 솔선수범한다. 정부에서 하는 일에 데이케어, 원스톱서비스, 그린푸드존 같은 영어 이름을 쓰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지식인들도 펀더멘털, 투트랙 협상, 스펙 같은 알쏭달쏭한 외국어 남발을 삼가고 알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한다. 국민 모두가 우리말글 중심의 언어생활을 한다.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 같은 외래어의 사용을 인정하지만 남용을 경계하며 온 국민이 우리말을 살려 쓰는 데 앞장선다.
동사무소 이름 개정이 실수였음을 인정한 행정안전부가 2년 남짓 써온 '동주민센터'의 이름을 다시 '동사무소'로 바꾼다. '동누림터'나 '동다솜누리'면 더욱 좋다. 행정동 이름에 테크노를 붙여 '테크노동'을 신설한 대전시 유성구가 국적불명의 '테크노동'이란 이름을 '영실동(장영실동)'으로 바꾼다. 'It's Daejeon'이란 구호도 '큰 대전' 혹은 '떴다 대전'으로 바꾼다. 한국고속철도도 'KTX'에서 '비호' 내지는 '아리랑'으로 이름을 바꾼다. 영어 남용에 휩쓸려 중심을 잃었던 대한민국이 차츰 제 모습을 찾아간다.
길거리에 내걸린 간판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로마자가 아닌 한글이다. 이름을 지을 때는 반드시(우선, 되도록, 가능한 한) 우리말 이름을 생각하고 쓸 때도 한글로 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공공의) 표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위한 친절과 배려는 한글 옆에 로마자를 병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거친 언어생활도 돌아본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막말과 욕설을 삼간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끔찍한 욕설을 더 이상 내버려두지 않는다. 말은 곧 인격이다. 고운 말과 아름다운 말을 쓴다.
2010년은 우리말글이 언어생활의 중심에 서고, 말이 아름다워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아름다운 말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한글이 희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나라 여자들은 모두 맘입니다. (0) | 2010.01.17 |
---|---|
바른말 고운 말 딱지를 붙이다. (0) | 2010.01.15 |
2009년 ‘우리말 사랑꾼· 해침꾼’ (0) | 2009.12.30 |
아름다운 말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니다 - 심사 결과 (0) | 2009.12.28 |
세종시를 한글 우선 사용 도시로! (0) | 20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