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10m 높이의 파도가 도시를 삼켰다.

봄뫼 2011. 3. 15. 03:13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화면에 나왔다. 10m 높이의 거대한 지진해일이 일본의 해안 도시를 집어삼켰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배와 자동차와 집들이 힘없이 파도에 휩쓸렸다. 제법 큰 건물들도 맥없이 무너졌다. 진짜 무섭고 걱정스러운 것은 거침없는 물살에 갇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동차 속에 배 속에 건물 속에 그리고 그 모든 것들 뒤에서 꺼져가고 있을 생명들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속속 현실로 확인되었다. 죽은 사람이 1,000명을 넘었고,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이 10,000명을 넘었다. 미야기현에서는 사망자를 10,00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테현과 후쿠시마현을 합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일어나도 되는 건가?

 

  지진해일에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가족을 찾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족을 찾은 사람들도 이웃과 친구 생각에 슬퍼하고 있다.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치바, 도쿄, 가나가와는 물론 일본 전도가 슬픔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일본인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다. 한국인 사망자가 확인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재일동포를 합한하면 더 많은 한국인들이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다. 전기도 끊기고 수도도 끊긴 건물 안에서 구호 물자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전기가 없으니 난방 기구도 없고 담요나 이불도 없다. 헬기가 부지런히 오가며 구조가 긴급한 이들을 구하고, 구호 물품을 투하하고 있지만 모든 상황이 조마조마하다.  

 

  오사카에 사는 한 청년은 한사람의 일본인으로서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지만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면서 슈퍼에 마련된 모금함에 돈을 넣었다. 한 사람의 일본인은 아니지만 소식을 접한 지구촌 모든 이웃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께 밤 우리나라는 5명의 구조대를 특파했고, 어제 102명의 구조대와 긴급 구호 물자를 현지에 보냈다. 어려움에 처한 일본을 돕자는 모금 운동도 시작되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모금에 참여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고지되고 있다. 답답한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보다 전화번호를 누른다. 기도를 한다.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가슴 아프다.

 

  두려운 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만이 아니다. 여진의 공포, 또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진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 사고 등등 실질적인 공포가 일본을 엄습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기도를 한다. 더 큰 사고가 없기를, 더 이상 희생이 없기를,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늘이시여, 일본을 구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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