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가 넘는 긴 줄 속에 사람들이 서있다. 벌써 1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언제 전차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청년도 발을 동동 구르는 어린 여학생도 있지만 긴 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3월 15일 오후, 도쿄에 있는 한 전철역 앞 풍경이다.
센다이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앞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당장 필요한 물과 쌀, 빵 등을 사러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참 기다린 끝에 간신히 필요한 것을 샀지만 식빵 1개, 물 1병, 토마토 1개가 고작이다. 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은 자신보다 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주유소 앞에도 자동차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도로 위에 긴 줄을 만들었다. 언제나 차례가 올지 한심할 정도로 긴 줄이건만, 오랜 기다림 끝에 살 수 있는 휘발유는 고작 10리터뿐이다. 10리터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똑같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을 만난 일본인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잃었다. 집도 직장도 잃었다. 아침저녁으로 오가던 길도 사라졌고, 나무며 꽃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여진과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비탄 속에 잠겨 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다.
줄을 서는 것은 도쿄의 전철역, 센다이의 슈퍼마켓, 후쿠시마의 주유소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서울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슬픔에 빠진 일본을 돕기 위한 모금함이 마련되고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힘내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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