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위터가 유행이다. 영어 twitter는 새가 지저귀듯이 재잘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안절부절못하다는 뜻도 있지만 안절부절 못하기 위해서 트위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뭔가 재잘거리기 위해서 트위터를 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트위터를 우리말로 ‘재잘터’라고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말이 예쁘다는 몇몇 사람의 호응이 있었을 뿐 대체로 반응이 싸늘했다. ‘트위터’는 회사 이름, 즉 고유명사인데 남의 이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항의도 있었고, “그러면 네이버는 이웃이 되려나?” 하고 비아냥거린 이도 있었다.
바로 여기에 글쓴이의 고충이 있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지금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말다듬기 위원회’인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외래어 가운데 우리말로 바꾸어 쓰면 좋을 말들을 선정한 후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하는 위원회다. ‘무슨 그런 일을 다 하나?’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정도도 하지 않으면 외래어의 홍수 속에 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순화 대상어가 된 것이 바로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말인 팔로워와 팔로잉이다. 팔로워는 영어 follower를 그냥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뒤따르는 사람, 종자, 수행원, 신봉자, 추종자, 모방자, 추적자, 미행자 등등 실로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트위터에서 쓰는 의미는 아마도 ‘뒤따르는 사람’이거나 ‘추종자’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팔로워가 1천명이라고 하면 내가 따라다니는 사람이 1천명이 아니고 나를 따르는 사람이 1천명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내가 따라다니는 사람은 팔로잉(following)이다. 이렇게 구분해서 팔로워는 1천, 팔로잉은 5백이라고 말한다. 어느 유명인은 팔로워가 5만이나 된다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반대로 팔로워가 적으면 창피해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팔로잉의 뜻도 수행원, 문하생, 제자, 가신, 종자, 부하, 신봉자, 숭배자, 지지자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다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헷갈리는 것은 수행원이나 종자, 숭배자 등의 의미에서 팔로워와 다를 게 없다. 뜻이 다르지 않다. 아니 같다. 그런데 트위터 회사에서는 이 두 말을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정의해 쓰고 있는 것이다. 신기하다. 그게 그건데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까?
문제는 이 말이 순화 대상어로 선정되었을 때 이런 모호함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두 달 정도 시간을 갖고 누리꾼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에 10여 명의 말다듬기 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했다.
갑론을박 끝에 팔로워는 딸림벗으로, 팔로잉은 따름벗으로 간신히 바꾸었다. 딸림벗은 나한테 딸린 벗이라는 뜻이고, 따름벗은 내가 따르는 벗이라는 뜻이다. 영어 팔로워와 팔로잉하고 비교하면 의미상 뚜렷한 차이가 난다. 뚜렷하게 차이가 나므로 헷갈리지 않고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말은 의미가 적확하다거나 논리적으로 딱 들어맞는다고 해서 잘 쓰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왠지 적절하지 않아도, 뭔가 부족해도 자주 쓰게 되는 말이 실제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이제 공은 독자 여러분에게 넘어갔다. 딸림벗과 따름벗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것은 우리말의 주인인 독자 여러분이 이 말을 애용하느냐 외면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 딸림벗이 한 3천 정도는 돼.”
- 이 글은 위클리공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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