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밥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낮술은 들어봤는데 낮밥은 처음이다! 그러시겠죠. 저도 어제 처음 들었습니다. '토박이말 바라기'라고 토박이말 지키고 알리는 운동을 하는 이창수 박사님이라고 진주에 있어요. 이분이 서울에 와서 저한테 낮밥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낮밥이 좀 생소했지만 점심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죠. 그러고는 궁금해졌습니다. 아침에는 아침밥, 저녁에는 저녁밥, 왜 낮에는 점심일까?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좀 찾아봤는데 이런 유래가 있네요.
불가(佛家)에서 선승들이 수도를 하다가 시장기가 돌 때 마음에 점을 찍듯 간식 삼아 먹는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점심은 간단하게 먹는 중간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불가에서 유래했다는 건데, 낮밥이라고 하기 전에 점심이라는 말이 퍼졌나 봅니다. 옛날에는 생활이 어려워서 하루 두 끼였다고 합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보통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시작한 거겠지요. 문헌상에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만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9월의 추분날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폐하고 조석 두 끼만 먹는다고 했다.
18세기에는 점심을 먹기도 하고 양식이 부족하니까 건너뛰기도 했다는 거지요. 그러고 보면 하루 세끼를 먹는 우리는 행복한 겁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말이죠. 아침에 아침밥, 저녁에 저녁밥을 먹듯이 낮에도 낮밥을 먹는 게 어떨까요?
출처: 이재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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