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류아트홀에서 교육방송 인생이 학교다 녹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대도서관, 조승연 작가와 함께 강연자로 섰습니다.
뒤늦게 한국사와 일본어 그리고 나이 오십에 영어를 시작한 이야기를 했고, 공부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도서관 님과 조승연 작가님의 강연 속에서 발견한 그들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뭔가 남다른 탁월한 재능을 가진 분들, 남다른 삶을 살고있는 분들이라 느꼈습니다. 이렇다 할 재능 없이 살아 온 저와는 퍽 달랐고, 무엇보다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19살 여학생이 진로와 취업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면서 조언을 구하기에, 하고싶은 것을 하라고 했습니다.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이 아직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고 힘들다고도 해서, 공부의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할 때까지는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라고 했고, 머지않아 공부의 즐거움을 발견할 것이고 지금 고민하는 만큼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방송쟁이여서 그런지 녹화가 끝나면 스태프들의 얼굴을 살피는 버릇이 있습니다. 다행이 다들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제 강연에 70% 정도밖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만...
어느 덧 40년 가까이 카메라와 청중 앞에 서고 있습니다만,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여전히 떨리고 긴장이 됩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말과 이야기들을 다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왜 아직도 긴장하는 걸까? 떨지 않으면 더 편안하게 잘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저 저라고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다가 다시금 늙은 소년의 꿈을 발견했습니다. 가끔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 꼭 계획을 묻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이고 뭘 할 것이냐는 거지요. 나이가 들면서 뭘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것이라 대답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듣고자 하는 대답과 달라서 그런지 1% 부족하다는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한글운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어도 조금 공부했고, 영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좀 더 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사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대도서관 님처럼 유튜브에서 그런 걸 할 수도 있겠지요.
몇 살까지 지금처럼 학교와 방송국과 강연장을 오가며 살 수 있을까요? 어디서 저를 지금처럼 불러 줄까요? 지금 하는 일들이 뚝 끊기지는 않겠지만,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저는 내가 사는 동네의 할아버지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작은 공부방을 하나 만들고, 아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그럴려면 한국사든 한국어든 일본어든 영어든 다른 무엇이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군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년들도 아주머니들도 함께 늙어가는 또래들도 좋습니다. 작은 공간에 모여 책 보고 영화 보고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가끔은 답사도 다니고 이것저것 하면서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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