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봄뫼 2018. 11. 7. 08:43

나는 보통 사람이다. 노태우가 얘기한 그런 특별한 보통 사람이 아니고 진짜 보통 사람이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는 분이 계실 것 같다.


"나는 오십에 영어를 시작했다"를 보거나, 인터뷰 기사 등을 보고 열에 여덟 분은 좋게 얘기해 준다. "나이 들어도 공부 할 수 있는 거죠?" "나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어요." 정도는 괜찮은데, "멋있습니다,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훌륭합니다" 같은 칭찬은 참으로 부담스럽다.


솔직히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살 생각이다. 사실 지난 20년간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책 보고 글 쓰고, 본디 내 업인 방송에 띄엄띄엄 출연하는 것 외에 달리 할일도 없었다.


책을 낸 이유를 "나는 오십에 영어를 시작했다"에 잔뜩 써 놓았지만, 5060이 남은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길 중 하나가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생각에 이른 내 경험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더러는 "오십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니, 치매가 분명하군.", "공부를 하느니 텔레비전 보고 미드 보고 영화 보면서 재미있게 살겠다", "오십에 영어 공부해서 써먹을 일도 없다." 같은 좀 뜻밖의 말씀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써먹을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실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공부하면서 사는 것이 심심하지 않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다. 그 분에게 텔레비전 보는 게 재미이듯이 내겐 책 보고 글 쓰는 게 재미다.


박명수의 라디오쇼, 20분 방송을 위해 일주일 고민하고 하루 이틀 자료를 본다. 힘들기도 하지만 즐겁다. 어제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소개했다. 명수가 열심히 들어줘서 고맙고, 열심히 들어주시는 청취자가 있는 것 같아 행복했다.


오늘은 양천구청에서 '혁신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사회를 봤다. 다행히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고, 행사 준비를 위해 애쓴 기획예산과 직원들이 행사를 무사히 잘 마쳤다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했다.


1시간 전에 갑자기 이동우가 전화를 해서 "형님, 이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해서 "헛소리 말고 일찍 자라."고 했다. 동우는 정말 아끼는 후배지만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다고 했다. 나한테 솔잎은 방송, 한글 운동, 한국사 공부,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고 능력이 된다면 좋은 책을 쓰는 것이다.


얼마 전 와이티엔의 이광연 앵커가 "제2의 전성기 오는 거 아니예요?"라고 놀렸는데, 제2의 전성기가 온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와도 좋고 안 와도 그만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혹시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