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역사 팩트체크] 군함도 낙서의 진실
SBS 영재발굴단 118회에 영어영재 장유훈 군이 소개되었습니다. 2017년 방영 당시 9살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를 술술 잘 합니다. 그때는 군함도가 화제여서 그랬는지 이태원에 작은 무대를 차려 놓고 군함도에 관한 길거리 강연을 영어로 했습니다. 이태원답게 무대 앞에 외국인들이 눈에 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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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영재발굴단 화면 캡처 |
영어로 이름과 나이를 밝힌 유훈이가 무대 위 사진을 보여주며 섬의 이름이 군함도인 이유가 그 섬이 일본 군함을 닮았기 때문이고, 한국인들이 군함도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이 섬으로 끌려가 하루 16시간 석탄을 캐는 강제 노역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듣던 외국인이 한 사진을 가리키며 뭐라고 쓰여 있는 거냐고 묻자, 유훈이가 영어로 번역합니다.
유훈이는 식사는 하루 두 번 주먹밥이었고, 쉬는 시간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유네스코에 알리지 않았으며, 이것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훈이의 연설이 끝나고 외국 청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고 배가 고프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적힌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마도 많은 이들이 9살 유훈이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감동하고 군함도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광부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삶에 눈물지으며 다시금 일본의 만행에 분노했을 겁니다.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여러 사이트 가운데 한 곳의 주소입니다.
잠시 동영상을 보고 오셨다면, 여러분도 두 말할 나위 없이 감동하셨겠지요? 그런데 유훈이가 연설하면서 소개한 글은 군함도에서 발견된 것도 아니고,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린 일본의 많은 탄광 가운데 하나에서 발견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유훈이는 어떻게 그 글을 자신의 길거리 연설에서 소개하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것이 일본 어느 탄광에서 발견된 것이라 알고 있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재발굴단 제작진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글이 담긴 사진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인터넷 공간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2015년 6월 25일자 “징용 등 일제 만행 ‘민간 대 민간 소송 법안’ 통과 서광”이라는 기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한국인 징용 노동자들이 탄광에 남긴 글귀’라는 설명과 함께 문제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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