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대화

TICKETS???

봄뫼 2020. 3. 18. 14:41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버스터미널일 겁니다. 가장 큰 터미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큰 터미널일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터미널이겠죠?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쓰려니 왠지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입니다. 시간을 내어 찾아보면 곧 사실을 알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터미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 아니니, 이 문제는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떠넘기고, 사진 속 'TICKETS'에 대해 잠시 생각을 좀 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터미널이 시설을 보수하고 분위기를 바꾸었나 봅니다. 산뜻하게 모습을 드러낸 매표소를 알리는 글도 'TICKETS'만 달랑 적혀 있습니다. 'TICKETS'을 보고 '역시 영어로 쓰니 보기 좋네'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오랫동안 영어 알파벳에 익숙하게 생활하다 보니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고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TICKETS' 이전에 '매표소'나 '표 사는 곳'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은 좀 문제라는 생각에 이 사진을 페북에 올리고, 짤막하게 한마디 썼습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는 없다!
이들은 한글이 부끄러운가?


  그 후 여러 페친들께서 귀한 의견을 달아 주셨습니다.


- 그러게요. 외국 공항인줄 알겠습니다. 어리둥절하네요.
- 멋진 한글이 있으니 잘 사용하면 좋을텐데 종종 그러지 못할 때... 많이 서운합니다...생각 없이 지나가던 곳에서 한글이 없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 한글로 "티켓" 이라도 써야 알파벳 모르시는 어르신들은 보실텐데여..


  제가 어떤 생각으로 사진을 올렸는지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들의 의견은 위와 같았습니다만, 더러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이 그러는데 한국이 의외로 다니기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간판이 거의 다 영어로 돼있어서 한국말을 몰라도 잘 찾아다닐 수 있다나요. ㅜ


  외국인들에게는 'TICKETS'이 필요합니다. 2020년 2월 서울의 지하철에 대한 기사를 쓴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케이트 테일러 기자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영어 표지가 있어서 불편함이 없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영어 표기는 필요합니다. 영어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어생활에도 지켜야 할 원칙과 기본이 있다면, 'TICKETS' 이전에 터미널을 이용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위해 '표 사는 곳'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 페친처럼 이런 생각을 저만 하는 건 아니어서 아주 외롭지는 않습니다. 귀한 의견을 나누어주신 페친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런 운동을 펼쳐야 할 듯합니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한글에 대한 기본 바탕 없이 무조건 외래어를 남용하니 말도 안되는 간판이나 이정표가 너무 많습니다. 외국인들을 위한다지만 정작 한국 사람을 위한 나라가 가장 외국인을 위한 나라가 아닐까요?


2020.3.18.


'한글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덕분에 웃다  (0) 2020.03.27
사장님, 사모님, 어머니, 아주머니, 아가씨...  (0) 2020.03.22
광주와 너른골  (0) 2020.03.09
'틀리다'에 대한 오해  (0) 2020.03.08
팃포탯과 맞대응전략  (0) 20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