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왠지 ‘웬지’라고 쓸 것 같아

봄뫼 2020. 5. 1. 08:26

  헷갈리는 맞춤법 목록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왠지'''입니다. 오늘은 '왠지 슬프네요'라고 써야 할지 '웬지 슬프네요'라고 써야 할지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가 있습니다. 만일 '웬지 슬프네요'라고 쓴다면 또 하나의 슬픔이 겹쳐지는 몹시 우울한 날이 될 것입니다.

 

왠지는 의문사 ''에 어미 '()'가 붙은 말이다. 심봉사가 그 까닭은 정확히 모르지만 무언가 의문이 있음을 나타내려 하므로 "왜인지 좀 서운하데."라고 말한 것이며, 여기서 '왜인지'를 줄여 '왠지'라고 사용한 것이다.

- 알고 보니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래(한글문화연대, 2020)

 

   인용문을 읽으면서 느닷없이 '웬 심봉사?' 하는 분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웬 심봉사가 맞고 '왠 심봉사?'는 올바른 표기가 아닙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아닌 ''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웬 일, 웬 떡, 웬 참견...'처럼 '어찌된, 어떠한'이라는 의미로 뜻밖의 상황을 표현하는 관형사는 ''이 아니라 ''이다.

 

   ''은 관형사로 뒤에 오는 체언을 꾸미는 말입니다. 대부분 생각지 못한 어떤 것, 예상치 못한 어떤 일, 놀라운 어떤 상황 등에 ''을 붙입니다. 그리고 관형사이기 때문에 '웬 호들갑이지?', '웬 사내일까?', '웬 돈인가?'처럼 뒤에 오는 체언과는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예외라고? 웬일이니?’ 그렇습니다. 사용 빈도가 꽤 높은 웬일은 사전에 하나의 낱말로 올라 있습니다.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다 보니 하나의 낱말로 인정을 받은 듯합니다.


-일  명사」 

어찌 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낸다.

예문: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 / 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이게 웬일이냐? / 지각 한 번 없던 그가 결석을 하다니, 웬일일까?

- 표준국어대사전


   '웬지'라고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시는 분들은 '왠지''''()'가 붙은 형태라는 것을 기억하시고, 뒷말과 띄어 쓰는 관형사 웬과 함께 예외적으로 붙여 쓰는 웬일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왠지 보고 싶어요.

웬 청승이야?

청승이라뇨? 웬 말씀이세요?

웬일이니?

 

2020년 5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