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으로 간 심봉사는 밥을 차리던 뺑덕어멈에게 심청이가 한 말을 전한다. "심청이는 먼저 밥 먹었대." 여기서 '먹었대'는 '먹었다고 해'를 줄인 말이다. 이렇듯 남의 말을 줄일 때는 '~다고 해'를 줄인 '~대'를 쓴다.
- 알고 보니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래(한글문화연대, 2020.)
'~대'는 남의 말을 전할 때 씁니다. "영철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대.', '2주간 자가 격리하느라 답답해서 혼났대.', '격리 중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미치는 줄 알았대.', '다행이 음성 판정을 받았대.' 같은 문장에서는 모두 '~대'를 썼습니다. 반면에 '~데'는 자신의 생각, 느낌, 경험 등을 이야기할 때 씁니다.
"청이가 먼저 먹고 왔다니 왠지 좀 서운하데..." 여기서 '서운하데'는 '서운하더라'와 같은 '서운하더이'가 줄어든 말이다... 요즘에는 '이'라는 종결어미를 잘 쓰지 않지만 옛날에는 '다, 라'라는 종결어미와 같은 용법으로 이 말을 사용하였다. 자기 생각을 밝힐 때는 '대단하다, 대단하이', 남에게 지시나 권고를 할 때면 '먹어라, 먹으이', 자신의 경험을 옮길 때에는 '참 슬프더라, 참 슬프더이'처럼 '이'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였다. 이 가운데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을 회상하며 전할 때 쓰는 '더이'가 줄어서 '데'가 되었고, '배가 고프데, 참 슬프데'처럼 쓰게 된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우리말에도 사연과 이치와 역사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생전 '먹으이'라든가 '슬프더이' 같은 말을 쓴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아주 옛날 사람은 아닌 듯합니다. ‘대’와 ‘데의 구별, 헷갈리실 때는 아래 두 문장을 떠올리시면 명쾌하게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① 그 소설 재미있데. (그 소설 재미있더라. - 소설을 읽은 이가 자신의 감상을 말함.)
② 그 소설 재미있대. (그 소설 재미있다고 하더라. - 소설을 읽은 누군가가 소설이 재미있다고 말한 것을 전하는 상황.)
2020년 5월 1일.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맞추다’와 ‘맞히다’ (0) | 2020.05.04 |
---|---|
20200503 한글 상식 맞히다 맞추다 (0) | 2020.05.04 |
왠지 ‘웬지’라고 쓸 것 같아 (0) | 2020.05.01 |
20200429 한글 상식 왠지 웬, 대 데 (0) | 2020.05.01 |
‘든지’와 ‘던지’, 뭐든지 좋아! (0) | 2020.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