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단음절은 붙여!

봄뫼 2020. 5. 30. 11:18

  낱말은 글자 하나로 된 것도 있지만, 둘이나 셋 또는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것도 많습니다. , 국물, 시금치, 푸르스름, 오그라들다, 푸르스름하다 등등. 띄어쓰기는 단어와 단어를 띄어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46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

 

띄어쓰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글을 읽는 이가 의미를 바르고 빠르게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음절로 된 단어가 여럿(셋 이상)이 연속해서 나올 때 단어별로 띄어 쓰면 오히려 의미를 바르고 빠르게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하긴 단음절 단어가 혼자 있으면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얘들이 띄엄띄엄 나열되면 문장이 길어져서 읽기도 좀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겁니다. 매우 너그럽고 관대합니다. 포용력이 있습니다.

 

좀 더 큰 이 새 차(원칙) / 좀더 큰 이 새차(허용)

내 것 네 것(원칙) / 내것 네것(허용)

물 한 병(원칙) / 한병(허용)

그 옛 차(원칙) / 옛차(허용)

 

   그런데 어떤 분은 이 관대함에 짜증을 낼지도 모릅니다. ‘원칙을 지키세요! 예외를 두니까, 더 헷갈리잖아요.’ 솔직한 의견을 말씀드리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원칙이 있기에 과도하게 붙여 쓰기는 어렵다. 두 개의 음절은 붙일 수 있지만, 세 개 이상의 음절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좀더 큰 이 새차() / 좀더큰 이새차(×)

내것 네것() / 내것네것(×)

물 한병() / 물한병(×)

 

   이것 보세요! 마구 붙여 쓸 수도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어떤 말은 붙일 수 있고, 어떤 말은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좀더큰이나 이새차는 어색하긴 합니다. ‘좀더센 놈으로 주세요.’좀더센도 마찬가지지요. ‘좀더 센 놈으로 주세요.’

  이 글은 아래한글로 작성하고 있는데요, 맞춤법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기능이 있어 편리합니다. 틀렸을 때, 빨간 줄이 단어 밑에 생기죠. 그런데 좀더, 새차, 내것, 네것, 한병아래 빨간 줄이 생기는 것을 보면 자동 기능이 이런 것까지 걸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번역기도 나오고, 외국어 공부할 필요 없다는 말도 합니다만, 기계의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연속되는 단음절어를 붙여 쓸 수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붙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 단위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붙여야 한다. 가령, ‘물 한 병물 한병이라고는 쓸 수 있어도 물한 병이라고 쓸 수는 없다.

이 의미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적으로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질 때에만 붙여 쓸 수 있다.

 

.() / 더못 .(×)

.() / 잘안 .(×)

.() / 늘더 .(×)

 

위의 예에서 , , 는 각각 뒷말 , , 를 먼저 꾸미는 것이어서 앞말과 묶이기 어렵다. ‘좀 더 봐좀더 봐로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위의 늘 더 자늘더 자로 붙여 쓸 수 없다. 이는 를 먼저 꾸미는 것과는 달리 은 하나로 묶인 더 자를 꾸미기 때문이다.

 

   를 꾸민다는 사실은 쉽사리 이해하겠습니다만, ‘이 하나로 묶인 더 자를 꾸민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나로 묶였다는 게 더자라고 붙여 썼다는 뜻이 아니고, ’더 자라고 띄어 써도 의미상으로 묶였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음절 낱말이 이어질 때, 붙여 쓰는 게 자신이 없으면 단어와 단어는 띄어 쓴다.‘원칙대로 띄어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큰 이 새 차를 사라!

 

   46항의 내용을 살피면서 평소 띄어쓰기가 잘 된 양서를 읽는 것이 시각적으로 습관적으로 띄어쓰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20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