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일 겁니다. 우선 용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지요.
용언
『언어』 문장에서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동사, 형용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문장 안에서의 쓰임에 따라 본용언과 보조 용언으로 나눈다.
-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용언은 문장을 구사할 때 쓰는 동사나 형용사입니다. ‘꽃이 예쁘다.’, ‘차가 달린다.’는 문장에서 ‘예쁘다, 달린다’가 용언입니다. 그러면 보조 용언은 무엇일까요?
보조^용언
『언어』 본용언과 연결되어 그것의 뜻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용언. 보조 동사, 보조 형용사가 있다. ‘가지고 싶다’의 ‘싶다’, ‘먹어 보다’의 ‘보다’ 따위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설명에 제시된 ‘먹어 보다’는 ‘먹다+보다’로 ‘먹어 보다’란 서술어가 된 것이고, 이때 ‘먹다’를 도와 뜻을 보충하는 ‘보다’가 보조 용언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띄어쓰기를 하는지 보지요.
제3절 보조 용언
제47항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규정에 따르면, ‘먹어 보다’라고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먹어보다’라고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예로 제시된 보조 용언들입니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
ㄴ |
불이 꺼져 간다. |
불이 꺼져간다. |
내 힘으로 막아 낸다. |
내 힘으로 막아낸다. |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
어머니를 도와드린다. |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
그릇을 깨뜨려버렸다. |
비가 올 듯하다. |
비가 올듯하다. |
그 일은 할 만하다. |
그 일은 할만하다. |
일이 될 법하다. |
일이 될법하다. |
비가 올 성싶다. |
비가 올성싶다. |
잘 아는 척한다. |
잘 아는척한다. |
어렵지 않습니다. 띄어 써도 되고, 붙여 써도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도 예외가 등장한다는 겁니다. 슬슬 ‘예외’가 싫어지기 시작합니다.
1) ‘도와 드리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도와드리다’로 붙여서 써야 한다. 이는 ‘도와주다’를 한 단어로 처리한 것에 맞추어 동일하게 처리하고자 함이다.
‘도와주다’를 한 단어로 처리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도와드리다’라고 붙여 써야 한다는 겁니다. ‘불이 꺼져간다’에서 ‘꺼져간다’는 ‘꺼져 간다’라고 써도 되지만, ‘도와드리다’는 항상 ‘도와드리다’라고 붙여 쓴다는 겁니다. ‘좋다. 뭐 하나쯤이야 외우면 되지!’
다만,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 용언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띄어 쓴다.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책을 읽어도 보고…….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듯하다.
그가 올 듯도 하다.
잘난 체를 한다.
‘놀아만’은 ‘놀아’에 조사 ‘만’이 붙어 있으므로, 뒤에 오는 ‘나는구나’를 앞에 붙여 쓸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덤벼들어’가 ‘덤비다’와 ‘들다’의 합성어이므로 뒤에 오는 ‘보아라’를 띄어 써야 합니다. 사실 이건 ‘덤벼들어보아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니 주의를 요합니다. 예상대로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는 내용이 많고 복잡하지요! 다음 설명을 끈기 있게 따라가 보겠습니다.
보조 용언도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기도 하고 아예 붙여 쓰는 것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조항에서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를 실례를 들어 보여 주고 있다.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본용언+-아/-어+보조 용언’ 구성
(사과를) 먹어 보았다. / 먹어보았다.
(2) ‘관형사형+보조 용언(의존 명사+-하다/싶다)’ 구성
아는 체하다. / 아는체하다.
‘먹어보았다’는 어색하지 않은데, ‘아는체하다’라고 붙여 쓴 것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입니다. ‘아는 체하다’라고 쓰는 게 익숙한데, ‘아는체하다’라고 써야 하나? 크게 고민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붙여 쓸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붙이라’는 명령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특이한 형태로 ‘명사형+보조 용언’ 구성이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보조 용언은 ‘직하다’ 한 가지이며, ‘먹었음 직하다’와 같이 쓰인다.
이것은 위의 두 유형에 속하지는 않지만 ‘먹었음직하다’와 같이 붙여 쓴 형태가 매우 자연스러우므로 역시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
‘명사형+보조 용언’ 구성은 ‘먹었음 직하다’ 딱 한 가지이고요, ‘먹었음 직하다’와 ‘먹었음직하다’가 모두 가능합니다. 자, 이제 다음 설명을 주목해 주십시오.
위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보조 용언은 앞말과 띄어 쓰고 붙여 쓰지 않는다.
보조 용언 앞에 ‘-(으)ㄴ가, -나, -는가, -(으)ㄹ까, -지’ 등의 종결 어미가 있는 경우에는 보조 용언을 그 앞말에 붙여 쓸 수 없다.
책상이 작은가 싶다.
그가 밥을 먹나 보다.
집에 갈까 보다.
아무래도 힘들겠지 싶었다.
‘보조 용언은 붙여 쓸 수 있다.’ ‘도와드리다’, ‘아는체하다’, ‘먹었음직하다’가 아닌 경우에는 보조 용언을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는 건데요, 중간에 ‘가, 나, 까, 지’ 등의 종결 어미가 있는 경우에 위 네 문장처럼 보조 용언을 앞말에 붙여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종결 어미는 문장이 끝날 때 쓰는 어미인데요, 위에서 ‘책상이 작은가’, ‘밥을 먹나’만으로도 문장이 성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가’의 ‘가’, ‘먹나’의 ‘나’가 종결 어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보조 용언을 반드시 앞말에 붙여 써야 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아래와 같이 ‘-아/-어 지다’와 ‘-아/-어 하다’가 붙는 경우는 보조 용언을 앞말에 붙여 쓴다. ‘지다’와 ‘하다’ 둘 다 보조 용언으로 다루어지기는 하나, ‘-아/-어 지다’가 붙어서 타동사나 형용사가 자동사처럼 쓰이고 ‘-아/-어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타동사처럼 쓰인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붙여 쓴다.
낙서를 지운다.→낙서가 지워진다.
아기가 예쁘다.→아기를 예뻐한다.
‘낙서가 지워 진다’나 ‘아기를 예뻐 한다’와 같이 띄어 쓰면 아니 되고, ‘낙서가 지워진다’, ‘아기를 예뻐한다’로 붙여 써야 합니다. ‘점점 가슴이 뜨거워진다.’, ‘결과를 보고 놀라워했다.’ ‘떠나온 지 3일 만에 그녀가 그리워졌다,’ 등등.
다만, ‘-아/-어 하다’가 구(句)에 결합하는 경우에는 띄어 쓴다.
아래에 보인 ‘-아/-어 하다’는 ‘먹고 싶다’, ‘마음에 들다’, ‘내키지 않다’라는 구에 결합한 것이다.
이런 경우 ‘-아/-어 하다’를 뒷말에 붙여 쓰면, 구 전체에 ‘-아/-어 하다’가 결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이처럼 구에 결합한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띄어서 쓴다.
먹고 싶어 하다.(○) / 먹고 싶어하다.(×)
마음에 들어 하다.(○) / 마음에 들어하다.(×)
내키지 않아 하다.(○) / 내키지 않아하다.(×)
솔직히 어렵습니다. ‘구’는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절이나 문장을 이루는 것을 가리킵니다. ‘먹고 싶다’가 ‘구’이므로 뒤에 오는 ‘하다’를 붙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마음에 들다’와 ‘내키지 않아’ 뒤에 오는 ‘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 단어가 합성 용언인 경우는 보조 용언을 앞말에 붙여 쓰지 않는다. 또한 의존 명사 뒤에 조사가 붙을 때에도 붙여 쓰지 않는다.
이유는 ‘본용언이 합성어인 경우에는 ‘덤벼들어보아라, 떠내려가버렸다’처럼 본용언과 보조 용언이 결합한 형태가 너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본용언과 보조 용언을 붙여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본용언이 파생어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의존 명사 뒤에 조사가 붙은 경우는 보조 용언 구성이 아니라 의존 명사와 용언의 구성이므로 붙여 쓸 수 없다.
직접 먹어도 보았다.(○) / 직접 먹어도보았다.(×)
읽어는 보았다.(○) / 읽어는보았다.(×)
쫓아내 버렸다.(○) / 쫓아내버렸다.(×)
매달아 놓는다.(○) / 매달아놓는다.(×)
집어넣어 둔다.(○) / 집어넣어둔다.(×)
파고들어 본다.(○) / 파고들어본다.(×)
공부해 보아라.(○) / 공부해보아라.(×)
읽은 체를 한다.(○) / 읽은체를한다.(×)
비가 올 듯도 하다.(○) / 비가 올듯도하다.(×)
겨룰 만은 하다.(○) / 겨룰만은하다.(×)
다만, 본용언이 합성어나 파생어라도 그 활용형이 2음절인 경우에는 붙여 쓴 말이 너무 긴 것은 아니므로 본용언과 보조 용언을 붙여 쓸 수 있다.
나가 버렸다. / 나가버렸다.
빛내 준다. / 빛내준다.
구해 본다. / 구해본다.
더해 줬다. / 더해줬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보조 용언이 거듭 나타나는 경우는 앞의 보조 용언만을 붙여 쓸 수 있다.
적어 둘 만하다. / 적어둘 만하다.
읽어 볼 만하다. / 읽어볼 만하다.
되어 가는 듯하다. / 되어가는 듯하다.
지금까지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를 살펴보았습니다. 내용이 많고 어렵기도 합니다. 용언과 보조 용언, 합성어, 합성어의 구성, 구, 구성된 낱말의 성분이 조사인지 어미인지 등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국어 시간에 졸지 않았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2020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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