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용언의 띄어쓰기를 보면서 역시 띄어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원칙이 있는데도, 예외 규정이 따라 나오는 것이 더 머릿속을 어지럽게 합니다. 원칙을 세웠다면, 예외를 두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인내심을 갖고 이름의 띄어쓰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김양수(金良洙) / 서화담(徐花潭)
채영신 씨 / 최치원 선생
박동식 박사 / 충무공 이순신 장군
고맙게도 이름의 띄어쓰기는 성과 이름을 붙이고 호칭어와 관직명을 띄니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실수할 확률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언론 보도에서도 ‘문대통령’이라고 쓰는 것을 보면, 기자들조차 이런 것조차 틀리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문 대통령’이라고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요?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남궁억/남궁 억
독고준/독고 준
황보지봉(皇甫芝峰)/황보 지봉
예외 규정이긴 합니다만, 성이 두 자인 분들이 있고, 이름을 붙일 경우 성이 ‘남’인지 ‘남궁’인지 구분할 수 없어서 띄어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고 예외를 둔 까닭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이 한 자임을 분명히 할 때도 띄어 쓸 수 있습니다.
규정의 예에서는 ‘남궁, 독고, 황보’와 같이 두 글자 성만을 보였으나, 성과 이름의 경계가 혼동될 여지가 있으면 한 글자 성도 띄어 쓸 수 있다.
선우진
선우 진(‘선우’씨인 ‘진’)
선 우진(‘선’씨인 ‘우진’)
'선우진'이라고 쓰면 ‘선우’씨인지 ‘선’씨인지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위는 ‘선우 진’이라고 쓰면 ‘선우’씨, ‘선 우진’이라고 쓰면 ‘선’씨입니다.
이름과 마찬가지 성격을 지닌 호(號)나 자(字)가 성에 붙는 형식도 이에 준한다.
홍길동 / 전시내(全--)
정송강 / 이충무공 / 이퇴계 / 김매월당
위에서 ‘정송강, 이충무공’ 등을 쓸 때 주의할 필요가 있네요. ‘호’나 ‘자’를 이름과 같은 성격으로 봤기 때문에 부여 썼습니다만, 이게 관직명은 띄어 쓴다는 아래 규정과 충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성명 또는 성이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어나 관직명 등은 고유 명사와 별개의 단위이므로 띄어 쓴다. 호나 자 등이 성명 앞에 놓이는 경우도 띄어 쓴다.
홍길동 씨 / 홍 씨 / 길동 씨
김철수 군 / 김 군 / 철수 군
박선영 양 / 박 양 / 선영 양
김선숙 옹 / 김 옹
민수철 교수 / 민 교수
율곡 이이 / 황희 정승
총장 정영수 박사 / 백범 김구
사 사장(史社長) / 여 여사(呂女史)
호나 자를 이름과 같은 성격으로 봤을 때, 이율곡, 김백범 등으로 붙여 쓸 수 있습니다만, 성과 이름 앞에 호나 자를 붙일 때는 띄어 써야 합니다.
이율곡 - 율곡 이이 / 김백범 – 백범 김구
끝으로 ‘우리 한자음으로 적는 중국 인명에도 이 항의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도 기억해야겠습니다만, 동일한 내용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조맹부(趙孟頫)
소식(蘇軾)
왕희지(王羲之)
2020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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