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만’의 띄어쓰기

봄뫼 2020. 8. 2. 10:17

  ‘은 똑같으니까, 모두 띄어 쓴다거나 모두 붙여 쓴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바람처럼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이어도 붙여 쓰기도 하고 띄어서 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 사과가 모양은 그래도 먹을 만하다.

(2) 화를 낼 만도 하다.

(3) 아기가 주먹만 하다.

- '먹을 만하다''주먹만 하다', 어떻게 다르나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661870#cb

 

  모두 ''이 들어간 문장입니다. 그런데 각 문장의 ''의 정체가 다르기 때문에 띄어쓰기도 달라집니다. '하다'와 붙은 1''은 보조형용사입니다.

 

1어떤 대상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할 타당한 이유를 가질 정도로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

: 가 볼 만한 장소. /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문화재. / 주목할 만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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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 그는 차를 살 만한 형편이 못 된다. / 내겐 그를 저지할 만한 힘이 없다. / 그런 것쯤은 참을 만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보조형용사 만하다는 설명처럼 2가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보조형용사 을 어떤 때, 어떤 맥락에서 쓰는지 성장과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충은 볼 만하다.

기생충은 사랑할 만하다.

기생충은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영화다.

 

  다음 화를 낼 만도 하다은 의존명사입니다.

 

1

1((시간이나 거리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앞말이 가리키는 동안이나 거리를 나타내는 말.

: 십 년 만의 귀국. / 친구가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떠났다. / 그때 이후 삼 년 만이다.

 

2((횟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앞말이 가리키는 횟수를 끝으로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나는 세 번 만에 그 시험에 합격했다. / 그와 결혼을 결심한 것은 만난 지 다섯 번 만이다. / 선비는 몇 번 만에 겨우 일어났다.강경애, 인간문제

 

2

1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

: 그가 화를 낼 만도 하다. / 듣고 보니 좋아할 만은 한 이야기이다.

 

2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 그냥 모르는 척 살 만도 한데 말이야. / 그가 그러는 것도 이해할 만은 하다.

 

  의존명사여서 모두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그리고 위 풀이에서 의존명사 의 의미가 새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만,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불편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모국어의 친숙함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은 조사 입니다.

 

1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하여 어느 것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아내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다.

 

2무엇을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그를 만나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3화자가 기대하는 마지막 선을 나타내는 보조사.

열 장의 복권 중에서 하나만 당첨되어도 바랄 것이 없다.

 

4((‘하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온다.

청군이 백군만 못하다.

 

5((‘-어도, -으면의 앞에 쓰여)) 어떤 것이 이루어지거나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한 조건을 나타내는 보조사.

너무 피곤해서 눈만 감아도 잠이 올 것 같다.

 

  ①②③⑤는 예문이 너무 많아 하나씩만 가져왔습니다. 하다못하다를 보이기 위해 예문을 2개 가져왔습니다. 보시다시피 조사 역시 한정’, ‘강조’, ‘조건등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말이란 정말 알쏭달쏭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서 더욱 궁금하기도 합니다. 띄어쓰기도 궁금합니다만, 전혀 어렵지 않고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에 체언이 오면 조사이므로 조사는 무조건 붙여 쓰고, 용언이 오면 의존명사거나 보조형용사이므로 띄어 쓰면 됩니다.

 

사랑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조사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은 마는의 준말 입니다.

 

먹고는 싶다만 돈이 없다. 먹고는 싶다마는 돈이 없다.

집에서 쉬겠다더니만 웬일로 나왔니? 집에서 쉬겠다더니마는 웬일로 나왔니?

 

  따라서 우리말을 잘 알고, 띄어쓰기도 잘하고 싶습니다마는이라는 표현은 우리말을 잘 알고 띄어쓰기도 잘하고 싶습니다만이라고 줄여서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과 띄어쓰기에 대한 관심이 곧 우리말 사랑입니다.

 

오마이뉴스, '먹을 만하다'와 '주먹만 하다', 어떻게 다르나,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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