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의 반대는 ‘익숙하지 않다’입니다만, 짧게 ‘익숙지 않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익숙지 않다’를 ‘익숙치 않다’라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서슴지’와 ‘서슴치’, ‘넉넉지’와 ‘넉넉치’도 늘 헷갈립니다.
‘겁 없는 10대 무면허에 절도 행각 서슴치 않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10대들의 범죄’ 등등.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란 의미의 동사는 ‘서슴다’이다. 주로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서슴치’가 되려면 기본형이 ‘서슴하다’여야 한다. 따라서 ‘서슴다’가 어미 ‘-지’와 결합하면 ‘서슴지’가 된다.
- 서울신문 [똑똑 우리말] 서슴지와 익숙지/오명숙 어문부장
기본형이 ‘서슴하다’가 아니고,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본형 ‘머금다’는 ‘머금지’로 씁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지’가 아니고 ‘치’일까요? 계속해서 설명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고심하다’, ‘괘념하다’ 등이 어미 ‘-지’와 결합할 때 ‘-하-’의 ‘ㅏ’가 탈락하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고심치’, ‘괘념치’로 바뀌는 것
그러니까 ‘고심+하다, 괘념+하다’와 같이 명사 뒤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할 때, ‘하다’의 ‘ㅎ’의 영향으로 ‘고심치’, 괘념치‘ 등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 하다가 오면 거친 소리가 나는구나. 그래서 표기도 격음이 되는구나!‘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끝나면 정말 깔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할 내용이 있는데요, 이게 좀 까다롭습니다.
‘익숙하다’나 ‘넉넉하다’도 ‘익숙치’나 ‘넉넉치’로 써야 할 듯하지만 이때는 ‘익숙지’, ‘넉넉지’로 쓴다. 이는 울림소리(모음·ㄴ·ㄹ·ㅁ·ㅇ) 뒤에선 ‘-하-’의 ‘ㅏ’만 줄어들고 안울림소리(ㄴ·ㄹ·ㅁ·ㅇ을 제외한 자음) 뒤에선 ‘-하-’ 전체가 줄어드는 현상 때문이다. 즉 ‘수월하다’가 어미 ‘-지’와 결합하면 ‘수월치’로, ‘익숙하다’가 ‘-지’와 결합하면 ‘익숙지’로 쓴다.
결국 명사 뒤에 ‘하다’가 올 때, 울림소리(모음·ㄴ·ㄹ·ㅁ·ㅇ) 뒤에서는 ‘치’이지만, 안울림소리 뒤에서는 ‘지’가 된다는 겁니다. ‘수월’에서 받침 ‘ㄹ’이 울림소리이므로 ‘수월치’가 되고, ‘익숙’의 받침 ‘ㄱ’은 안울림소리이므로 ‘익숙지’가 되는 것이죠.
① 기본형이 ‘서슴다, 머금다’와 같은 말은 ‘지’가 됩니다. - 서슴지, 머금지, 더듬지, 우습지
② 명사에 ‘하다’가 붙으면 ‘치’가 됩니다. - 고심치, 괘념치, 수월치, 활발치, 쾌활치, 선명치
③ 명사에 ‘하다’가 붙더라도 ‘ㄱ, ㄷ, ㅅ’ 등 안울림소리 뒤에서는 ‘지’가 됩니다. - 익숙지, 넉넉지,
2020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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