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서슴지 익숙지 넉넉지

봄뫼 2020. 8. 22. 14:25

  ‘익숙하다의 반대는 익숙하지 않다입니다만, 짧게 익숙지 않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익숙지 않다익숙치 않다라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서슴지서슴치’, ‘넉넉지넉넉치도 늘 헷갈립니다.

 

겁 없는 10대 무면허에 절도 행각 서슴치 않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10대들의 범죄등등.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란 의미의 동사는 서슴다이다. 주로 서슴지꼴로 않다’, ‘말다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 ‘서슴치가 되려면 기본형이 서슴하다여야 한다. 따라서 서슴다가 어미 ‘-와 결합하면 서슴지가 된다.

- 서울신문 [똑똑 우리말] 서슴지와 익숙지/오명숙 어문부장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200820029010#csidxdcf208b139b6c99a20bc5649e77f56b

 

  기본형이 서슴하다가 아니고,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본형 머금다머금지로 씁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가 아니고 일까요? 계속해서 설명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고심하다’, ‘괘념하다등이 어미 ‘-와 결합할 때 ‘--’가 탈락하고 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고심치’, ‘괘념치로 바뀌는 것

 

  그러니까 고심+하다, 괘념+하다와 같이 명사 뒤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할 때, ‘하다의 영향으로 고심치’, 괘념치등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 하다가 오면 거친 소리가 나는구나. 그래서 표기도 격음이 되는구나!‘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끝나면 정말 깔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할 내용이 있는데요, 이게 좀 까다롭습니다.

 

익숙하다넉넉하다익숙치넉넉치로 써야 할 듯하지만 이때는 익숙지’, ‘넉넉지로 쓴다. 이는 울림소리(모음····) 뒤에선 ‘--’만 줄어들고 안울림소리(···을 제외한 자음) 뒤에선 ‘--’ 전체가 줄어드는 현상 때문이다. 수월하다가 어미 ‘-와 결합하면 수월치, ‘익숙하다‘-와 결합하면 익숙지로 쓴다.

 

  결국 명사 뒤에 하다가 올 때, 울림소리(모음····) 뒤에서는 이지만, 안울림소리 뒤에서는 가 된다는 겁니다. ‘수월에서 받침 이 울림소리이므로 수월치가 되고, ‘익숙의 받침 은 안울림소리이므로 익숙지가 되는 것이죠.

 

기본형이 서슴다, 머금다와 같은 말은 가 됩니다. - 서슴지, 머금지, 더듬지, 우습지

명사에 하다가 붙으면 가 됩니다. - 고심치, 괘념치, 수월치, 활발치, 쾌활치, 선명치

명사에 하다가 붙더라도 , , 등 안울림소리 뒤에서는 가 됩니다. - 익숙지, 넉넉지,

 

20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