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경조사 봉투 한글로!

봄뫼 2020. 9. 2. 08:17

  농촌진흥청에 성제훈 박사님이 최근 대변인이 되었습니다. 농진청에서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농진청의 입이 된 것이지요. 날마다 우리말글에 관한 누리편지를 써서 지인들에게 발송하다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고요, 농진청 직원들 대상으로 우리말글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취임하자마자 큰일을 했네요.

 

그는 "우리 글자는 한글이고 한자는 중국 글자"라며 "경조사 봉투에 '結婚(결혼)', '華婚(화혼)', '謹弔(근조)', '賻儀(부의)' 등 한자를 쓰는데 우리 글자가 없다면 모를까, 한글이라는 멋진 글자가 있는데 굳이 한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본다"고 취지를 밝혔다.

- "멋진 한글 있는데"..한자 경조사 봉투 바꾼 성제훈 농진청 대변인

https://news.v.daum.net/v/20200829043021807

 

 

  보시다시피 경조사 때 흔히 쓰는 문구인 축 화혼, 부의 같은 말 대신에 우리말로 쓴 겁니다. 사실 우리말로 쓴 경조사 봉투가 처음은 아닙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한글문화연대에서 한글 경조사 봉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만든 한글 경조사 봉투

 

  성제훈 대변인 말마따나 우리말글이 있는데, 굳이 한자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퍼뜩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이 문상을 가면서 봉투에 賻儀라고 쓰고, 이름도 한자로 썼답니다. 문제는 부의금을 받는 담당자가 읽지 못했다는 겁니다. 읽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았지만, 글씨를 흘려 써서 그 분들 역시 읽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셨는지, 부의금을 좀 많이 넣으셨다는데요, 어쩔 수 없이 ‘OOO 선생님 100만 원이라고 적었답니다.

 

20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