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아름다운 유언장

봄뫼 2008. 11. 23. 18:44

  존경하는 분에 대한 기사.

  어딘가 보관해 두었던 것을 힘들게 찾아냈다.

 

  이색유언 남긴 강파도예 설립자 고 김종희선생

 

  ‘죽음을 알리지 말고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르라. 봉분은 동물이 다니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라. 상복은 입지 말고 옷에 상장(喪章)만 달아라.’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의 강파도예(江波陶藝) 설립자인 고 김종희(金鍾禧)선생. 80세를 일기로 지난해 12월15일 작고한 그는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절차 등을 일일이 자식들에게 주문하는 편지지 석장 분량의 이색 유서를 남겼다. 그의 유언 내용은 뒤늦게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또 석물(石物)은 세우지 말고 비석에 ‘故 金鍾禧 之墓’라고만 새긴 뒤 눕혀 달라고 했다. 그의 유언은 세상을 떠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고 죽어서도 무덤이 야생동물 등에게 불편을 줄 것을 염려한 자연친화적 예술정신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선생의 장남으로 강파도예를 꾸려가고 있는 일(一·54)씨는 “아버님의 유언을 충실히 따라 장례를 치렀다”며 “과거 4남매를 결혼시킬 때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1921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33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자기공장에 근무하다 해방 직후 귀국했으며 63년 강파도예를 세우고 도예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영남대 강사와 계명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구 출신의 도예가 김종희(80)씨. 그는 지난해 12월15일 노환으로 별세하면서 10가지 유언을 남겼다. △상복을 입지 말고 가슴에 상표만 달 것 △부고장으로 알리지 말고 운명한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를 것 △관은 마련하되 상여는 하지 말 것 △묘는 쓰되 봉분은 동물들이 다니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고 소와 말이 다닐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할 것 △석물은 세우지 말고 ‘고 김종희 지묘’라고만 쓰고 평면으로 뉘어둘 것 △꽃은 두지 말고 하려거든 들꽃 한묶음을 꺾어 마련할 것 △절을 하거나 부의금을 받지 말고 따로 음식을 마련할 것 △방명은 하지 말고 명함만 받고 차나 음료수만으로 할 것 △장례를 치른 뒤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릴 것.

 

  소와 말이 다닐 수 있도록 하란 말을 남길 만큼 자연친화적인 당부까지 아끼지 않은 김씨의 유언은 허례에 사로잡힌 우리나라 장례문화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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