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일사일언] 선생님과 아이들 역할 바꿔보니

봄뫼 2011. 4. 15. 09:18

  지난 주말 서해의 아름다운 섬 무의도에서 진행된 소통캠프에 다녀왔다. 참가자는 중학교 남녀 선생님 5명과 3학년 남녀 학생 10명이었다.

  첫날밤 진행된 끝장토론에서 학생들은 머리가 길거나 치마가 짧은 게 무슨 문제냐고 따졌고, 선생님들이 자신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통제만 한다며 불평했다. 수업은 재미없고 성적 올리는 데는 학원이 더 나으니 학교에서는 자는 게 낫다고도 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고 자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규율을 지키지 않아 힘들고, 학원을 더 중시하고 학교와 학교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는 것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서로서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가슴을 쳤다.

  다음날 역지사지(易地思之) 수업이 이뤄졌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선생님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책상 앞에 앉았고, 밤낮으로 수업 준비를 해 온 '아이 선생님'들이 교단에 섰다. 아이 선생님들은 수업을 알차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수업 듣기 싫으니 재미있는 얘기해 달라고 조르고, 학원 숙제하느라 잠을 못 잤다며 엎어져 자고, 문자 보내고 딴청 피우는 선생님 학생들 탓에 수업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이 선생님들은 당황했고 교단에 선 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걸 왜 해, 난 죽어도 선생님 안 해!"

  그날 밤 아이들은 선생님께 편지를 쓰며 엉엉 울었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선생님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소통이 됐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은 만났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헤어지는 날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또 눈물을 흘렸다.

 

- 이 글은 4월 15일자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실렸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4/20110414026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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