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돌아온 머털아, 반갑다

봄뫼 2012. 10. 4. 00:38

얼마 전 한글단체가 드라마 '차칸 남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제목을 맞춤법에 맞게 고치라는 요구였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올바른 국어 사용의 길을 택한 방송사는 제목을 '착한 남자'로 바꿨다.

반면에 막말 제목이라는 지적을 받은 '닥치고 패밀리'는 그대로 방송 중이다. 제목의 '닥치고'가 '입 닥쳐'의 '닥쳐'가 아니라, '어떤 일이 가까이 다다르다'는 의미로서 '가족이 만들어질 때가 닥친다'는 뜻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건 우리말이 아니고 영어인 것 같다. 어순도 그렇고, 쓴 말도 '가족'이 아닌 '패밀리'이지 않은가?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양성 불평등이란 지적이 있었다. '꼬마거북 프랭클린', '꼬마버스 타요', '똑똑박사 에디', '로보카 폴리', '뽀롱뽀롱 뽀로로' 등의 제목이 모두 남성 캐릭터의 이름이란다. 게다가 "듬직한 백곰 포비, 영리한 꼬마 발명가 에디, 상냥한 비버소녀 루피, 천방지축 아기공룡 크롱, 장난꾸러기 뽀로로" 같은 노랫말이 수줍고 상냥한 여성, 힘세고 영리하고 듬직한 남성이라는 성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보기에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어린이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은 모두 프랭클린, 에디, 로보카 폴리, 포비, 루피, 크롱, 엠버, 로이, 헬리, 빌리, 앤디, 토미여야만 할까? 문득 어렸을 때 즐겨 읽던 독고탁과 땡이가 생각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졌던 각시탈은 요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지구촌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라고 해도 이런 게 좀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 고전을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소설가 김진명의 말을 빌린다면, '프랭클린과 루피 이전에 영심이와 머털'이다. 지난 8월 다시 TV로 돌아온 '머털도사'를 환영한다!

 

- 이 글은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실렸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3/20121003019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