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은 『독립신문』 1897년 9월 28일자에 투고한 「국문론」에서 한글은 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지만, 당시까지의 관습이나 출판 사정에 따른 한계로 인해 정작 그의 저작 대부분은 세로쓰기로 간행되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말모이」 원고가 예외적으로 ‘가로쓰기’였던 것은 그것이 사전을 만들기 위한 원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시경의 마지막 저작인 『말의 소리』(1914) 끝머리에 실린 ‘우리글의 가로 쓰는 익힘’이란 글에서는 한글 자모가 마치 영어 알파벳처럼 자모가 분리되어 가로로 인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주시경이 주장한 ‘가로쓰기’가 단순히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로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모를 떼어 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주시경, 『말의 소리』 중. 출처: 이기문, 『주시경전집 下』, 아세아문화사. |
주시경에서 비롯된 가로쓰기, 다시 말해 ‘가로풀어쓰기’는 제자인 김두봉과 최현배 등에 의해 계승되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최현배는 일제강점기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글 가로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