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한글 팩트체크] 한글 가로쓰기 역사 ①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글을 쓸 때, 손으로 쓰든 컴퓨터를 이용하든 가로쓰기를 한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우리 옛 문헌은 한문으로 된 것이든 한글로 된 것이든 지금과 같은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 방식이었다.
전 세계 문자 쓰기는 크게 가로쓰기(횡서)와 세로쓰기(종서)로 나뉘는데, 가로쓰기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좌횡서와 그 반대로 쓰는 우횡서로, 세로쓰기에는 행갈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는 우종서와 그 반대로 하는 좌종서로 나뉜다. 한국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한자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세로쓰기였으며, 건축물의 현판이나 간판 등 가로로 쓸 경우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우횡서를 취했다.
임신서기석 |
1934년 5월 경북 월성군 현곡면 금장리 석장사터에서 발견된 「임신서기석」은 국어 역사를 살피는데 귀중한 금석문 자료다. 임신서기석은 신라 552년(진흥왕 13) 또는 612년(진평왕 34)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두 청년이 학문을 연마하고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새겼다.
비석의 오른쪽 맨 위로부터 임신년 6월 16일, 즉 ‘壬申年六月十六日’에 하늘에 맹세한다는 글로 시작해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다가 ‘시(詩)·상서(尙書)·예기(禮記)·전(左傳)을 차례로 습득하기를 맹세하되 3년으로 한다’는 ‘詩尙書禮傳倫得誓三年’으로 끝난다. 이와 같은 세로쓰기는 전통적인 서법이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훈민정음』을 언해한 『훈민정음 언해본』 역시 세로쓰기 방식으로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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