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상식에서 한두 번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님의 글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기억하실까요? 아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소개한 저도 기억을 못하니까요. 오늘은 우리말 유래에 관한 재미있는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말은 ‘단골’입니다. ‘골목집은 내 단골집이야.’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분 우리 집 단골이야.’라고도 말합니다. 단골은 어디서 왔을까요?
무당을 ‘당골’ 또는 ‘단골’이라 불렀다. 늘 정해 놓고 거래하는 집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단골집’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다.
- [바른 우리말 산책] (34) 단골집 - 동냥 - 무녀리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8008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아쉽습니다만, 과거 무슨 일만 생기면 무당을 찾던 풍습(?)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게는 ‘무당’을 ‘당골’이라고 불렀다는 사실도 새롭습니다. 다음은 ‘돌팔이’입니다.
아는 것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일정한 주소가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물건을 파는 것을 ‘돌팔이= 돌다+팔다’라 했다. 돌팔이 무당, 돌팔이 의사, 등의 말이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돌아다니며 팔다’라는 말에서 ‘돌팔이’라 한 사연이 퍽 흥미롭습니다. 그렇지만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 돌팔이는 아닙니다. 실력이 부족할 때만 돌팔이라 해야겠습니다. 다음은 ‘동냥’입니다.
‘동냥’은 거지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는 일을 뜻한다. 한자 말인 동령(動鈴)에서 온 말이다.
원래 불가에서 법요(法要)를 행할 때 놋쇠로 만든 방울인 요령을 흔드는데 이것을 동령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중이 쌀 같은 것을 얻으려고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문전에서 동령을 흔들기도 했다. 지금은 동령대신 목탁을 두드리지만 ‘동냥’이라는 말은 이렇듯 중이 집집마다 곡식을 얻으러 다니던 ‘동령’에서 비롯한 말이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동냥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애들도 많았는데요, 그때는 거지를 뜻하는 동냥아치라는 말도 자주 썼고, ‘사지가 멀쩡한데 웬 동냥질이냐’고 야단치는 어르신들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한 덕분에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은 ‘무녀리’입니다.
‘무녀리’는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왔다는 뜻의 ‘문(門)+열+이’가 변해서 된 말이다.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비실비실하고 몸이 허약한 편이다. 이에 빗대어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비유할 때 많이 쓴다.
솔직히 ‘무녀리’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어휘력이 형편없다는 증거겠지요. 여러 마리 중에 제일 먼저 나와서 손수 문을 열었다는 데에서 ’문열이‘가 ’무녀리‘가 되었다는 설명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모자라는 사람을 빗대 무녀리라고도 한다니, 요즘 같이 차별 언어에 예민한 세상에서는 ’무녀리‘도 쓸 수 없는 말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21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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