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팔 때 쓰는 기계의 우리말 이름은 굴착기입니다만 포클레인을 쓰기도 합니다. 포클레인이란 이름은 1970년대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양행이 굴착기를 제조하면서 프랑스 회사 포클랭(Poclain) 이름을 쓴 때문입니다만, 프랑스어 포클렝보다는 영어로 포클레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굴삭기라고도 했었는데, 굴삭기라는 말은 일본식 용어라 해서 1997년부터 쓰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이 굴착기로 순화한 것은 굴삭기가 일본식 한자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에는 착(鑿)이라는 한자어도 삭(削)과 마찬가지로 ‘사쿠’로 읽는다. 그래서 굴착기가 아닌 굴삭기라는 용어가 한국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또 착과 삭이 둘 다 ‘파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단어로 통일했다는 논리다.
- 포클레인, 굴삭기, 굴착기…어떤 게 맞는 말일까 [김형규의 헤비 인더스트리 인사이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4270757i
따라서 굴삭기는 아니 되고, 반드시 굴착기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의견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건설업 관계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굴착기와 굴삭기라는 용어를 다르게 쓴다. 굴삭기(Excavator)는 일반적으로 땅을 팔때 쓰는 건설기계를 칭하고, 굴착기(Drilling Machine)는 수직으로 땅을 파 내려가는 기계를 의미한다. 영어도 두 기계를 분류해서 쓴다. “엄연히 다른 기계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부르는 명칭이 달라야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포클레인은 유압을 이용해 삽으로 땅을 파내는 기계로 분류한다.
이런 사정으로 굴착기 1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가 2012년 국립국어원과 한국교열기자협회에 세 낱말의 의미를 구분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 9년째 답이 없다고 합니다. 일본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는 데야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각각 다른 의미로 구분해서 쓰고 있다면, 우리가 쓰는 말도 그에 맞게 의미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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