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딸린다거나 힘이 딸린다, 능력이 딸린다고 종종 말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일손이 달린다’고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달리다’와 ‘딸리다’가 다른 말이기 때문입니다.
‘달리다’는 ‘(무엇이) 뒤를 잇대지 못할 정도로 모자라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물자가 달려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다’ ‘공급량이 달리니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와 같이 쓰입니다. 또 ‘(힘이나 재주가) 어떤 일을 하기에 미치지 못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기운이 달리다’ ‘힘이 달려 더는 못 걷겠다’와 같이 쓸 수 있지요. ‘달리다’는 ‘물건을 일정한 곳에 붙이다’ 또는 ‘물건을 일정한 곳에 걸거나 매어놓다’라는 뜻이 있는 ‘달다’의 피동사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점퍼에 달린 후드’처럼 쓸 수 있지요.
- [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0] ‘달리다’와 ‘딸리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1/04/28/ASDKGUBNQJEQFBKU4ASG76LMEA/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된소리를 아주 많이 내기 때문에 ‘달리다’가 ‘딸리다’가 되는 겁니다. 신기한 건 ‘점퍼에 달린’을 ‘점퍼에 딸린’으로 발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언어 습관이라는 게 참 묘해요. 그럼 언제 ‘딸리다’를 써야 할까요?
‘딸리다’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속하거나 붙어 있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집에는 넓은 뒤뜰이 딸려 있다’와 같이 쓰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어떤 부류에) 관계되어 속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염소는 솟과에 딸린 동물이다’, ‘영업부에는 세 팀이 딸려 있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힘이 달리지만 딸린 식구가 많아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해야 하는데요, 글을 쓸 때뿐만이 아니라 말을 할 때도 불필요한 된소리를 내지 않고, ‘나이가 드니 기운이 달려’라고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2021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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