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소름이 돋을 때가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돋다'는 '돋치다'로는 쓸 수 있지만, '돋히다'로는 쓸 수 없습니다.
‘돋다’는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없는 자동사다. 피동이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말한다. 즉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 [똑똑 우리말] ‘돋히다’와 ‘돋치다’/오명숙 어문부장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22029010&cp=seoul&wlog_tag3=kakao_share
설명이 좀 어렵습니다만, 더 이상 쉽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범인을 잡은 것은 형사입니다만, 잡힌 것은 범인입니다. 이 경우에는 ‘-히’를 붙여 ‘범인이 잡히다’라고 할 수 있지만, ‘돋다’는 피동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소름’을 예로 들어 보자.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아나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돋히다’와 같은 피동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돋히다’는 남에 의해 내가 돋음을 당하게 되는 것인데,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말은 ‘밖으로 생겨 나와 도드라지다’란 뜻의 ‘돋치다’이다.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치-’가 붙은 꼴이다. ‘날개 돋힌 듯 팔리다’에서의 ‘돋힌’도 ‘돋친’이 바른 표현이다.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만, 소름은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므로 피동형을 만들 수 없고, ‘돋다’를 강조한 ‘돋치다’로 써야 한다고 기억해야겠습니다.
2021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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