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현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급성 호흡기 감염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으로 공식 명명했다. SARS 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다.
Severe 심각한, 중증의
Acute 급성의
Respiratory 호흡기의
Syndrome 증후군
텔레비전을 틀면 어김없이 나오는 게 바로 이 무시무시한 ‘사스’에 관한 뉴스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언제 어디서 사스에 감염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홍콩,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등 사스발생지역은 참으로 넓은데, 기이하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스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 바람에 한국 사람들이 먹는 김치와 마늘에 사스에 강한 성분이 들어있으리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사스’라는 표기와 [싸쓰]라는 발음이다. 분명히 ‘사’인데 왜 [싸]라고 발음을 하는 걸까? 아마도 영어 ‘sars’의 발음이 ‘size’[싸이즈], ‘sine[싸인]’등과 마찬가지로 [싸쓰]에 가깝게 들려서일 게다. 그쪽 사람들이 약간 되게 소리를 내니 듣고 따라하는 우리의 발음 역시 된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외래어표기법이 있기에 당연히 그에 따라 적고, 적은 대로 발음해야 한다. 그래서 코쟁이들이 ‘수퍼맨’, ‘수퍼마켓’이라고 해도 우리는 ‘슈퍼’라는 한글표기에 따라 ‘슈퍼[슈퍼]맨’, ‘슈퍼[슈퍼]마켓’이라고 하는 거다.
만일 코쟁이들의 발음을 그대로 흉내 내려 한다면 코쟁이의 다양한 발음과 그걸 듣는 한국인들의 다양한 청음에 따라 가지각색의 소리가 나올 것이다. ‘커피’만 해도 [커피], [코피], [커퓌], [커휘], [커히] 등등으로 무지무지하게 복잡할 것이다. 오늘날 매우 익숙하게 쓰고 있는 ‘모델’이라는 말의 원지음도 결코 [모델]은 아니다. 코쟁이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거의 [마들]에 가깝다. ‘오페라’는 또 어떤가? 아마도 [아우페러]나 [오우훼러] 정도로 들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국제음성기호와 한글대조표를 기준으로 하여 외래어를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sars’는 한글로 ‘사스’라고 쓴다. ‘사스’라고 쓰고 [사스]라고 발음하면 될 텐데 왜들 [싸쓰]라고 하는지. 뭘 쌌나? 좌우지간 세상이 온통 [싸쓰]로 야단법석인 판에 ‘사스환자 격리 및 의심환자 열흘간 격리’를 발표하는 고건 총리의 [사스]라는 발음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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