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나서 못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경상도 어느 바닷가에서 태어났는데 보란 듯이 출세 한 번 해보겠다고 괴나리봇짐 하나만 달랑 어깨에 메고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김승수입니다.”
사실 이 친구 이름은 김성수다. 그런데도 늘 자기는 ‘승수’란다. 막노동부터 시작해서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어보고 자장면 배달에 음식점 주방장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10년이 지나고나니 자그마한 슈퍼도 열었고 어느 덧 서울사람이 다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 흥분한 목소리로 아침 일찍 내게 전화를 했다.
“재환아, 나 승수인데, 승수대교가 무너졌다!”
“뭐, 승수대교가 무너졌어?”
“아니 승수대교가 무너졌다고”
“야, 우리나라에 승수대교가 어디 있어?”
“그러니까 인마, 승수대교라니까.”
왜 이 친구는 ‘성수’를 꼭 ‘승수’라고 발음하는 걸까? 그런데 또 희한한 건, 오늘은 박찬호가 ‘성리’해서 기분이 좋단다. 도대체 왜 성과 승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걸까? 언젠가 5남매였던가, 거기 출연한 어떤 탤런트는 ‘떡 사세요.’를 ‘똑 사세요.’라고 해서 유행이 되기도 했었다. 그거야 뭐 다분히 개인적인 말투, 혹은 말버릇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경상도가 고향인 그 친구처럼 ‘성’과 ‘승’을 구별하지 못하는 건 그 지역 출신자들의 공통적이며 보편적인 현상이랄 수 있겠다.
서울사람들 말이라고 해서 다 표준말이고 표준발음은 아니다. 서울 사람들 툭 하면 ‘ ~ 했구요, 그랬구요, 저랬구요’라고 하는데 이런 게 서울 사투리이다. 그러므로 ‘ ~ 했고요, 그랬고요, 저랬고요’가 맞다.
요즘 대부분의 신세대들은 어미 ‘~요’의 발음을 ‘~여’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랬어여, 좋아여, 맞아여’라고 한다. 맞긴 뭐가 맞나? ‘그랬어요, 좋아요, 맞아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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