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납량은 ‘나�’도 ‘남양’도 아니다.

봄뫼 2008. 11. 16. 00:38

 

  여름이면 방송사마다 납량특집을 마련하여 방송하는데, 무대가 동양이든 서양이든 대개 귀신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시험 때라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새벽 1시쯤 되었을까,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기에 내다보니 흰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내게 물었다.

 

“밤늦게 죄송한데요, 여기가 1003호 맞아요?”

“아니오. 1003호는 옆집인데요.”

“고마워요.”

 

  그리고는 까무러쳤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10층이라 창밖에 사람이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옆집에서 제사음식을 가져왔는데, 어제가 재작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큰딸의 제삿날이었단다.

 

  대충 이런 식의 얘기로 꾸민 것들인데, 여름만 되면 이틀이 멀다고 방영되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납량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납량’은 한자로 ‘納涼’이라고 쓴다. ‘여름에 시원한 곳에 나가서 바람을 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발음을 제대로 하는 이가 참으로 드물다. 어떤 사람은 [나�]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남양]이라고도 한다. 둘 다 틀렸다. ‘납량’에서 두 번째 음절이 ‘양’이 아닌 ‘량’이기 때문에 절대로 ‘나’의 받침 ‘ㅂ’이 뒤 ‘ㄹ’ 자리로 넘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납량’ -> ‘납냥’ -> ‘남냥’이 된다. 이 과정은 표준발음법 제19항과 붙임을 보면 된다.

 

  간혹 [남양]이라고 발음하는 이들이 있는데, ‘남양’은 태평양 적도 부근의 섬이 많은 바다 이름이거나 우유 만드는 회사 ‘남양유업’의 이름이다. 그리하여 [남양특찝]이라고 발음한다면 태평양 적도 부근 섬이 많은 바다에서 ‘남양분유 마시기 대회’ 같은 걸 촬영한 프로그램일 수 있다.

 

제19항 받침 "ㅁ, ㅇ" 뒤에 연결되는 "ㄹ"은 [ㄴ]으로 발음한다.

담력[담ː녁] 침략[침냑] 강릉[강능] 항로[항ː노] 대통령[대ː통녕]

[붙임] 받침 "ㄱ, ㅂ" 뒤에 연결되는 "ㄹ"도 [ㄴ]으로 발음한다.

막론[막논→망논] 백리[백니→뱅니] 협력[협녁→혐녁] 십리[십니→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