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봄뫼 2008. 11. 16. 00:39

 

  서울 어느 고등학교 2학년 5반 담임 선생님이 - 남자 선생님이고 애들도 다 남학생인데 - 현빈이라는 반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학교 안에 동성애로 소문이 나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현빈이가 그의 첫사랑인 태희의 환생이기 때문이다. “태희야 어째서 넌 나를 알아보지 못해? 난 너를 이렇게 느끼는데.” 결국 현빈이도 자신이 태희의 환생임을 느끼고 전생에 죽음으로 끊겼던 인연을 다시 이어가는데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국어선생님이다.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으니까, 이런 경우 대개는 주인공의 문학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게 상투적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에서는 아니다.

 

“길거리를 [방항하던] 나는,”

“[방황하던!]”

“길거리를 [방황하던] 나는 어느 덧 소르본느 [대하그이] 낯선 거리를,”

“[대하게] 낯선 거리를”

“[대하게] 낯선 거리를 5년 [똥안이나]”

“5년 [동안이나]”

“5년 [동안이나] [에롭께] 서성거린다.”

“[외롭께], 혀 짧은 소리 내서 귀여운 건 다섯 살 때까지야.”

 

  이뿐만이 아니라 ‘너랑 나랑 틀리다’는 틀리고 ‘너랑 나랑 다르다’가 맞는 거라고, ‘틀리다’는 'wrong'이고, ‘다르다’는 'different'라고 영어와 비교해서 분명하게 지적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 속 국어선생님의 수업장면에 대한 일반의 예상을 깨고 문학적 수사가 아닌 어학적 수사로 채워진 게 좀 특이하다.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누굴까,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영화의 주제하고는 직접 상관없는 에피소드인데 왜 넣었을까, 단지 수업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는 아니었겠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다. 솔직히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영화 속 국어선생님처럼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이를테면 ‘옥에 티를 찾아라!’인 셈인데,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애들하고 처음 인사를 나누는 날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한다.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 씨를 딱 하나 떨어뜨려서 밀 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너희들이 지금 이 곳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 서울에서도 서현(?) 고등학교, 그리고도 2학년 5반, 거기서 또 앞에 옆에 친구들과 그리고 너희들과 내가 이렇게 만난 인연, 정말 징글징글한 인연이지? 앞으로 1년 동안 너희를 맡게 된 [다님]이다.”

 

  만남, 인연, 그리고 운명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근사한 인사말이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담임’의 옳은 발음은 [다님]이 아니고 [다밈]이다.

 

[다밈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