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떡해요? 애가 초저녁부터 배고프다고 우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젖이 안 나와요.”
“옆집 영순이 엄마한테 젖 좀 얻어 먹이면 안 될까?”
“한두 번도 아니고 염치없게 또 신세를 지란 말이에요?”
“그럼 어떡해. 애 굶겨 죽일 거야?”
너무 구닥다리 얘기를 꺼내 미안하지만 옛날에는 다들 이랬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애 분유를 어떻게 돈을 주고 사 먹이나?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분유가 모유보다 못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미용을 위해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어머니들이 많다. 아기들이 젖을 힘차게 빨면 가슴이 축 쳐진다는 거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기들을 소가 키운다는 썰렁한 농담도 나왔었다. 그래서인지 몸이 망가지든 말든 아기의 건강을 위해 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를 먹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어떤 연예인(채시라?) 엄마는 무척 돋보인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여도 변함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성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그녀의 가슴이 보기 싫게 축 처지지 않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유보다 모유가 좋다. 늘 온도가 적당해서 너무 뜨거운 분유를 먹이다가 아기 입을 데게 하는 일도 없을 테고, 휴대(?)가 편리해서 분유병과 분유통, 보온병 등 가방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분유병은 늘 깨끗하게 씻고 삶아서 청결히 해야 한다. 물론 엄마 가슴도 자주 씻어야겠지만 삶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편하다. 게다가 가슴에 안고 젖을 물리니 엄마의 뜨거운 사랑이 따뜻한 체온 그대로 아기에게 전달된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분유는 많이 먹이든 적게 먹이든 얼마든지 마음대로 그 양을 조절할 수 있지만 모유는 그렇지가 않다. 어떤 엄마는 젖이 너무 많이 나와서 늘 짜내야 하고 어떤 엄마는 반대로 젖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따로 분유를 먹여 보충을 해야 한단다. 돌이켜보면 나 어릴 때만 해도 젖이 안 나와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주머니들 많았다. 그 때는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아서 엄마가 잘 먹지 못하면 덩달아 아기도 배를 곯았다. 세상이 좋아져서 먹을거리가 풍족한 요즘이지만 가능하다면 아기에게 소젖이 아닌 엄마 젖을 먹였으면 좋겠다. 그러자 젖을 먹이자!
“젖을 먹이자.”의 발음은 결코 [저슬 머기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젖이 안 나온다.” 역시 [저시 안 나온다]가 아니다. [저즐 머기자]와 [저지 안 나온다]가 맞는 발음이다. [저시]라고 발음하면 ‘젓’, 즉 ‘새우젓’이나 ‘명란젓’ 같은 젓갈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니 [저슬 머기자]라고 발음하는 것은 ‘새우젓’을 먹이자는 얘기가 된다. 엄마 젖에서 새우젓이 나온다면 해외토픽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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